코로나19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사상 초유인 4월로 연기됐다. 신학기 새로운 친구들과 ‘벚꽃 구경’을 가던 소소한 재미도 올해엔 없을 것 같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2일 0시 기준 8897명이다. 전날보다 98명 증가해 20일 이후 다시 100명 아래로 떨어졌지만 ‘슈퍼 전파지’가 될 수 있는 집단감염 양상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신규 확진자 98명 가운데 54명은 대구·경북에서 나왔다. 또한 서울 10명, 경기 16명 등 수도권에서 총 26명이 확진을 받았다. 지역에서도 광주 1명, 대전 2명, 충북 1명, 충남 1명, 전남 1명, 경남 1명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104명이다. 완치 판정을 받아 격리 해제된 확진자는 297명 늘어난 2909명이다.
해외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790여 명이 하룻밤 새 목숨을 잃었고, 스페인은 확진자만 5000명이 넘게 나왔다. 미국도 전역에서 매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로 유치원, 초중고교 개학이 처음 연기된 것은 지난달 23일이다. 당시 교육부는 개학을 1주일 미뤘다. 이달 12일에는 다시 2주일을 더 미뤄 23일 개학을 발표했다. 이때까지 만해도 각급 학교에서 탄력적으로 일정 조정이 가능해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닷새 후 세 번째로 개학이 연기되자 교육 현장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다. 2차 개학 연기로 여름‧겨울방학과 재량휴업일 등을 줄여서 확보하기로 했던 수업일수는 이에 더해 아예 10일 감축하기로 했다.
4월 6일 개학은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더 이상 늦춰지면 교육 현장은 물론 한국 사회는 대혼돈의 시대를 맞게 된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의 ‘아노미’가 우려된다.
우리 교육 현실은 ‘1년 농사(고3)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시쳇말처럼 모든 게 대학 입시에 쏠려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과정의 결실이 한 해에 맺어지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불편한 현실이지만, 이렇게 커온 기성세대의 대물림이 반복되는 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학사일정상 대학수학능력평가(수능) 연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4월 개학으로 중간‧기말고사가 줄줄이 미뤄지게 된다. 여름방학도 2주간으로 줄어들어 수시모집 일정에 기준이 되는 고3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마감일도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고등학생이 매년 제일 처음 치르는 모의 수능인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다음 달 16일로 2주일 더 연기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일도 5월로 늦춰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평가도 예정대로 치러질지 알 수 없다. 통상 3월 말인 교육부의 수능 시행기본계획 발표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교육부는 세 번째 개학 연기를 발표하면서 대입 일정 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도 모자랄 판인데 중차대한 대입 일정 변경 여부 등은 추후에 밝히겠다고 한다.
잇단 개학 연기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온라인 수업’, ‘9월 신학기제’ 등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 등 걸림돌이 많아 현실성이 부족한 가을 학기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온라인 수업 시행 의견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개학 연기 발표 외엔 아직 아무런 말이 없다. 온라인 수업도 요식행위로 끝나지 않으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미적거릴수록 교육 현장의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방역이 현재라면 교육은 미래다. 백년대계를 지킬 특단의 대책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