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코로나가 바꿀 벤처 지형

입력 2020-03-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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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전 세계가 처음으로, 상상을 초월한 글로벌 스케일로 겪는 위기라 하겠다. 연일 터져 나오는 불안한 뉴스들은 우리가 이제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프레임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한국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나, 정부의 대응은 이전 미국 사회에서 보기 힘든 강도의 조치이다. 켈리포니아에서는 400만 명이 넘는 시민에게 집에 있기를 강요하고, 뉴욕도 모든 레스토랑을 강제로 닫아버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교육현장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학기가 1월 말에 시작하는데, 학기 중간에 모든 대학의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미국은 사실 중간에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사회인데, 코로나에 대한 이같이 신속한 대응은 오랫동안 미국에 살던 이민자로서 상당히 신기하다. 왜냐하면 학교는 가장 늦게 움직이는 기관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교육기관도 새로운 현실에 빠르게 적응하는데, 당연히 이런 상황들에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벤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상상이 어렵지 않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점점 더 초기 벤처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짚었듯이 이런 현상은 사실 3~4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위험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보이는 현상도 있다. 초기 벤처에 투자하는 수는 줄지만, 한 벤처에 투자하는 자금의 크기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다. 즉 투자자들의 벤처에 대한 평가는 더 까다로워질 것이고, 평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누군가 투자를 했다는 단서가 평가 기준이 돼, 서로가 투자한 곳에 또 투자하는 펭귄 현상도 두드러질 것이다.

또한 바이오와 공공 건강, 재난 방지 관련 섹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도 사람들의 행동 반경을 따라가며 얻는 데이터를 통해 위험의 선제적 방지나 공공 행동 통제 등에 할 수 있는 기술들이 부상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중국의 코로나 대응에 가장 큰 공신이 얼굴 인식 기술이라고 한다. 중국이 국민을 감시하는 데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맹렬히 비난하던 미국도,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와 더불어 개인 익명성과 사이버 보안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동시에 이런 분야에서 진행되는 벤처에게도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주목받은 또 다른 벤처 분야는 가상 오피스와 온라인 인터랙션에 관한 기술이다. 모든 대학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며 줌(Zoom)이라는 서비스가 자리 잡고, 더불어 줌이 아직 제공하고 있지 않는 기술에 벤처들이 빠르게 몰려들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업무와 상관없이 재미로 모이는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증진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필자의 학교에서 화상 미팅 때 나오는 이야깃기거리로, 딸 생일 파티를 어떻게 했다든가, 화상으로 만나는 댄스파티를 어떻게 열건가, 레스토랑이나 바가 닫히면서 이성을 어떻게 만날건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다. 당장 5월에 있을 학교 졸업식을 어찌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대체로 졸업식을 두 번 하는데, 한번은 학교 전체가 하는 졸업식이고 그 바로 전에 각 단과대학별로 하는 졸업식이 있다. 특히 단과대학 졸업식은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필자도 이걸 화상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으며 온라인 모임의 재미를 증진시키는 기술을 가진 벤처가 어디 있는지 열심히 찾고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사회를 변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이 제시될 수 있다. 지금의 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발빠르게 ‘포스트 코로나’ 사회 변화와 새롭게 나타날 니즈를 생각해보는 것도 벤처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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