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중국 이어 유럽발 2차 부품쇼크 가능성에 촉각

입력 2020-03-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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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완성차 휴업에 부품사도 셧다운…보쉬ㆍZFㆍ콘티넨털 휴업 장기화 우려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배선뭉치) 수급 차질로 곤욕을 치렀던 국산차 메이커들이 이번에는 유럽발 부품수급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공장이 4월 19~24일까지 가동중단을 결정하자 보쉬(전장 및 커먼레일)와 ZF(변속기), 콘티넨털(전장) 등 주요 부품공장까지 잇따라 가동중단 또는 축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24일 완성차 업계와 AFP 통신을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불거진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이 재현될 우려가 커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주요국 자동차 공장이 가동 중단에 나섰다.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 역시 연쇄적으로 가동 중단에 나섰다. 사진은 이태리 멜피에 자리한 지프(Jeep) 공장의 모습.   (출처=뉴스프레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 주요국 자동차 공장이 가동 중단에 나섰다.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부품사 역시 연쇄적으로 가동 중단에 나섰다. 사진은 이태리 멜피에 자리한 지프(Jeep) 공장의 모습. (출처=뉴스프레스)

◇독일 완성차 셧다운에 주요 부품사도 가동 중단=독일의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4월 중순까지 스페인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공장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휴업 기간은 공장별로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이외 자동차 공장들도 짧게는 내달 19일까지, 길게는 마지막 주까지 휴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가 간 국경통제와 이동금지 탓에 자동차 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입었고, 자동차 산업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결정이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가 가동 중단을 결정하자 이 여파는 고스란히 주요 부품사로 이어졌다. 부품사들도 납품량이 줄어든 만큼, 가동 축소 및 공장폐쇄를 잇따라 단행 중이다.

이날 코트라 독일무역관에 따르면 전장품 전문기업 보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변속기 전문 ZF도 독일 공장 가동을 멈췄다. 유럽 완성차 메이커의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ZF 역시 추가 휴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콘티넨털 역시 유럽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전 세계 공장의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특히 컨티넨탈은 "일시적으로 글로벌 생산량이 ‘제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공급차질을 빚었던 '와이어링 하네스'가 비핵심 저가형 단순부품이었다면, 유럽 부품사가 공급 중인 부품은 변속기와 커먼레일 시스템 첨단 핵심부품들이다.  (출처=뉴스프레스)
▲지난달 공급차질을 빚었던 '와이어링 하네스'가 비핵심 저가형 단순부품이었다면, 유럽 부품사가 공급 중인 부품은 변속기와 커먼레일 시스템 첨단 핵심부품들이다. (출처=뉴스프레스)

◇저가형 중국산 부품과 달리 유럽 부품은 고가의 첨단장비=결국 이들에게 주요 부품을 공급받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로 완성차 5사가 공장 휴업을 겪었던 만큼, 유럽발 2차 쇼크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쌍용차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변속기를, 르노삼성은 SM6를 포함한 일부 모델의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유럽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유럽 부품사에서 디젤 엔진의 핵심 부품 등을 공급받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공급 차질을 빚었던 중국산 부품이 비핵심 저가형 단순부품이라면, 유럽 회사의 부품은 대부분이 핵심인 데다 고가의 첨단장비다.

유럽 부품사의 핵심부품의 경우 유럽산 이외에 중국산도 존재한다.

국내 완성차 역시 중국산 부품 일부를 사용 중이다. 다만 이들 부품사들이 유럽 공장 휴업을 결정하면서 중국 생산물량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립생산은 중국이지만 여전히 핵심장치는 유럽산이기 때문이다.

▲국산차 메이커는 보쉬와 ZF 등 유럽 부품사에서 핵심부품을 들여온다. 유럽 공장 휴업이 장기화되면 이들의 중국 생산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칫 부품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제공=르노삼성)
▲국산차 메이커는 보쉬와 ZF 등 유럽 부품사에서 핵심부품을 들여온다. 유럽 공장 휴업이 장기화되면 이들의 중국 생산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자칫 부품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제공=르노삼성)

◇유럽 부품사 중국공장에 의존도 집중돼=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재 재고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사태 확산을 주시하고 있다.

예컨대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의 경우 기온과 습도에 민감하다. 많은 양의 재고를 보유할 경우 자칫 부식이 우려된다. 대대적인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반면 유럽 부품사의 핵심부품 대부분이 고가의 장비다. 그만큼 국내 완성차의 재고량인 6~8주 분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운송 기간과 생산계획 수립 등을 위해 유럽 현지 부품공장이 4월 말에는 정상화돼야 한다는 게 국산차 메이커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산차가 보쉬에서 커먼레일 인젝터, ZF에서 변속기 등을 가져다 쓴다”며 “이들 부품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운영중인데, 유럽 공장이 문 닫으면서 중국 의존도가 커지면 자칫 수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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