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도 ‘부익부 빈익빈’…강남·한강변만 몰린다

입력 2020-03-2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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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ㆍ한남 등에 건설사들 집중…강북에선 시공사 잇단 유찰

재개발ㆍ재건축 등 주택 정비사업 수주전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장 간 온도차가 뚜렷한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용산구 한남3구역 등 강남권 혹은 한강변에 위치한 사업장에는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반면 강북지역의 경우 경쟁 없는 ‘무혈 입성’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이 일감 부족 속에서도 이른바 ‘돈이 되는’ 사업장에만 눈독을 들이는 양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은 23일 재개발ㆍ재건축 클린업 시스템에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실시한 1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자동 유찰된 데 따른 것이다.

동대문구 제기4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수의계약 방식으로 현대건설과 시공계약을 맺었다. 당초 조합 측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현대건설만 관심을 보이면서, 결국 조합은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은평구 갈현1구역도 2차례 유찰 이후 단독입찰한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갈현1구역의 경우 첫 번째 입찰에는 롯데건설과 함께 현대건설이 참여했으나 조합이 현대건설의 도면 누락, 담보 범위 초과 이주비 제안 등을 문제 삼아 현대건설의 입찰을 무효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입찰이 유찰되고 두 번째로 진행된 입찰에는 롯데건설만 참여하면서 또 다시 유찰됐다. 결국 갈현1구역 조합은 롯데건설을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하는 안건을 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예정됐던 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된 상태다.

최근 일감 부족으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도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갈현1구역을 비롯해 강북지역 대부분 정비사업장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모습이다.

반면 강남권과 한강변을 끼고 있는 일부 강북지역 정비사업장에는 건설사들이 전사적으로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이하 반포3주구) 재건축 수주전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쟁쟁한 건설사들이 뛰어들 태세다.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수주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들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품 차별화, 분양 특화 전략 등에서 획기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앞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는 삼성물산이 무려 5년 만에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은 일찌감치 ‘래미안 원 펜타스’라는 단지명을 제안하고 수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림건설도 자사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아크로(ACRO)’를 내세우며 입찰에 뛰어들었고, 호반건설은 390억 원 규모의 무상품목 지원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하면서 대형 건설사들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한강변 주요 입지로 한남3구역의 경우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요주의 재개발 사업장으로 지목될 만큼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건설이 수주전에 참여한 상태다.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건설사 선호도가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에 대해 건설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특히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력한 만큼 과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 선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가 내려진 한남3구역에도 건설사들이 수주에 눈독을 들이는 것과 관련해, 결국 속내는 ‘사업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건설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확실치 않은 사업장은 아무래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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