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구호자금 100조 원, 신속한 현장 공급이 관건

입력 2020-03-2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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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100조 원의 기업구호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주 내놓았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지원 규모 50조 원의 2배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제 마비와 한국 경제 추락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 과감하고도 파격적인 조치다.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주안점이 두어졌다. 중소·중견기업에 모두 58조3000억 원의 경영자금이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으로 지원되고, 일시적 유동성의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17조8000억 원이 공급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20조 원 규모로 편성돼 회사채와 기업어음(CP)도 신속인수제도 등을 통해 매입한다. 투자자 보호을 위한 증시 안전판으로 10조7000억 원의 증권시장안정펀드도 가동된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며,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문 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하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들까지 신용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인한 생산과 수출 차질, 실적 악화가 주력산업 우량 대기업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 원 가운데 당장 4월 만기인 6조5495억 원의 차환(借換)발행부터 발등의 불이다. 우량기업이라도 회사채 차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추가 대출, 회사채 인수는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신용도 높은 대기업들의 자금 흐름이 이미 심상치 않다. 대기업들이 은행들로부터 한도대출을 일으키는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한도대출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미리 돈을 빼쓰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주된 통로였던 회사채 발행이 금융시장 냉각으로 여의치 않아진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이달 20일 현재 78조6731억 원으로, 2월 말보다 1조7819억 원 늘었다. 2월 전체 증가액(7883억 원)의 2배를 넘는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확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력산업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미리 차단해 우량기업의 흑자도산을 막는 일이다. 대기업이 부도나면 연계된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고 대량 실업이 불가피하다. 결국 공적자금 투입 등 재정으로 틀어막아야 할 공산이 크다. 선제적인 100조 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이 현장에 필요한 만큼 최대한 빨리 공급됨으로써 기업의 위기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집행기관들이 총력을 기울여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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