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교역조건이 1년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인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를 담보할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장비 수입도 16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확산)까지 번지면서 이같은 개선세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가 물량기준 30.5% 증가해 2011년 1월(42.7%) 이후 9년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금액기준으로도 10.0% 상승해 2018년 10월(11.7%)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반도체 직접회로는 물량기준 56.7%, 금액기준 18.3% 상승했다. 각각 2012년 6월(58.9%)과 2018년 10월(25.8%) 이래 최고치다.
석탄 및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제1차 금속제품은 물량기준 각각 11.8%와 5.3%, 6.5% 상승했다. 반면, 금액기준으로는 각각 1.5%와 0.9%, 2.1% 떨어졌다. 운송장비는 각각 5.0%와 6.4%%씩 하락했다.
강환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와 서버구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물량확보 차원의 선수요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는 가격 회복세와 함께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반면 석탄석유, 화학제품, 1차금속은 수요부진에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금액기준으로는 마이너스를 보였다. 운송장비는 중국산 부품 수입중단과 국내 공장 가동중단 여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계 및 장비는 물량기준 10.4%, 금액기준 10.7% 증가했다. 각각 2018년 10월(각각 5.3%) 이후 반등한 것이며, 2018년 4월(각각 12.3%, 14.9%) 이후 최고치다. 운송장비도 각각 16.7%와 14.3% 늘었다.
강 팀장은 “수입은 수출보다 플러스폭이 적긴 하나 석탄석유, 컴퓨터전자광학기기, 기계장비 위주로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호조에 반도체 제조용 기계설비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운송장비는 독일산 승용차와 미국산 전기차 위주로 늘었다”고 전했다.
한편,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5.8% 떨어진 89.06(2015년 100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3월(88.96) 이후 5년11개월만에 최저치며, 2017년 12월 이래 2년3개월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수출가격(-7.2%)이 수입가격(-1.4%)보다 더 크게 하락한 때문이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은 4.9% 증가한 93.28을 보였다. 이는 한달만에 상승전환한 것이며, 2018년 10월(14.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으나, 수출물량지수가 상승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강 팀장은 “2월 지표로만 보면 코로나19가 일부 산업에 영향을 미쳤지만 반도체, 기계 및 장비산업 등이 상승해 수출입지수 모두 좋았다. 코로나19 상황 전개와 세계 및 국내경제 영향 정도에 따라 향후 방향이나 정도가 결정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