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이래로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전문가는 경기 충격 추이를 보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누적 순매수액은 9조7351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또 지난달 개인 누적 순매수액(4조8973억 원)의 2배에 달한다.
개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도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도 일제히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0조9912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을 지닌다.
같은 날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3053만4668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 원 이상이고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는 증권계좌로, 주로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개설하는 위탁매매 계좌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는 데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락했던 코스피는 결국 반등한다는 일종의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개인투자자가 외국인의 투매에 맞서 주식을 사들이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11조1554억 원을 순매도했고 이 물량 대부분을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투자자 주요 매수 종목엔 삼성전자가 꼽힌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766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삼성전자로 개인은 4조5459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이달 외국인의 SK하이닉스 누적 순매도액은 9252억 원이었다. 개인은 이 기간 3923억 원을 순매수했다.
한편, 개미들의 삼성전자 매수가 국내 증시를 지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강한 매수세를 고려했을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코스피200 구성 종목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말 기준 32.51%에서 지난 19일 기준 35.35%까지 올랐다.
또 20∼30대 젊은 층의 주식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카카오페이증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머니 업그레이드를 통한 증권 계좌 개설 수는 서비스 시작 28일 만에 50만 개를 넘어섰다. 가입자 연령대를 보면 20∼30대가 전체의 68.4%로 가장 많았다.
또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비대면 주식 계좌 수는 전월보다 7.4% 증가했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 연계 비대면 주식 계좌는 10.1%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도 올해 들어 신규 계좌 개설 수가 매달 월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미 주식투자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향후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가가 내림세를 멈추고 반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과거의 역사적 경험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던 셈”이라며 “당분간은 증시에서도 변동성 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