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연임’ 인정 못한다는 금융당국…법정 다툼 불가피

입력 2020-03-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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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인용 결정 불복, ‘항고장’ 제출 소송 준비…우리금융 핵심사업 추진 난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에 따른 중징계(문책경고)를 뒤로하고 연임에 성공했다. 손 회장은 지주사 전환 이후 추진해 온 비은행 부문 사업과 소비자보호 등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3년간 우리금융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손 회장의 연임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향후 경영 행보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25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 3년이다. 표결로 진행된 손 회장 연임안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7.71%)이 반대했지만 무난하게 가결됐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와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푸본생명·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생명·동양생명 등 6대 과점주주(24.58%), 우리사주(6.42%) 등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손 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손 회장은 주총 이후 취임식을 생략하고 공식 일정으로 영업 현장을 방문했다. 전날 취임한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과 함께 남대문시장 지점을 함께 방문해 현장 경영에 나섰다. 손 회장은 영업점 방문을 마치고 즉시 그룹 CEO들을 화상회의로 소집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손회장은 회의를 통해 “현재는 코로나19에 대한 재난 위기 대응을 넘어 그룹 경영 전반에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의 위원회를 코로나19 대응반, 경영리스크 대응반, 민생금융 지원반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편성한다”고 말했다.

◇체면 구긴 금감원 “즉시항고” 법적대응 예고 = 손 회장의 연임으로 중징계를 내렸던 금감원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DLF 책임이 손 회장에게 있다며 강도 높은 제재를 수차례 언급했다. 손 회장이 연임을 강행하면서 금감원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은 징계효력 정지 신청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결정에 불복해 이번 주중 서울고등법원에 즉시 항고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20일 손 회장이 금감원의 문책 경고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판결로 손 회장의 연임이 가능했다. 금감원은 서류 작업 등을 마치는 대로 27일까지 즉시 항고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낸 ‘징계 효력 취소 청구’ 본안 소송도 준비 중이다.

손 회장 측은 집행정지 신청 때와 마찬가지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본안 소송에 대비한다. 본안 소송에서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경영진 제재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갈 길 바쁜 우리금융, M&A등 핵심 사업 차질 = 손 회장은 앞으로 3년간 지난해 출범한 지주 체제를 더 공고히 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완전한 민영화, 증권사·보험사 등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 및 다각화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19일 푸르덴셜생명 인수 본입찰에 참여한 IMM PE의 인수금융을 주선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과 길고 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지면서 손 회장과 우리금융지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금감원과 등을 지면서 올해 1분기로 예정된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 변경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우리금융은 현재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을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는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M&A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이 현실화되면서 이 작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감원이 내부등급법 전환을 승인하지 않는 이상 우리금융이 금융그룹 체제를 갖추기 위해 증권·보험사 인수에 나서기가 어려워진다.

금감원은 앞서 CEO 징계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6개월간 사모펀드를 팔 수 없는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조치로 우리은행은 영업 일부 정지가 끝난 시점(9월)부터 3년 동안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해외 진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남방 지역을 비롯한 해외 금융감독기관은 M&A를 진행할 때 국내 감독기관에서 받은 징계 기록을 확인한다. 금감원이 손 회장을 징계했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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