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동성 장세 속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저평가 상태인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PER이 3배 아래로 떨어진 기업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 전망을 따져봐야 한다고 권고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 12개월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중 PER가 3배 이하로 떨어진 상장사(24일 종가 기준)는 17곳이다.
이 중 대부분은 건설주와 금융주(금융지주, 은행주)가 차지했다. 건설업체 중에선 GS건설(2.65배), HDC현대산업개발(2.77배), 태영건설(2.95배) 등이 포함됐다. DGB금융지주(2.11배), JB금융지주(2.13배), BNK금융지주(2.39배), 하나금융지주(2.62배), 우리금융지주(2.74배), 기업은행(2.91배) 등의 금융주도 저평가 상태였다.
이밖에 LG상사(2.02배), 코오롱글로벌(2.14배), 두산인프라코어(2.17배), 효성화학(2.25배), 효성첨단소재(2.36배), 효성티앤씨(2.42배), 금호산업(2.54배), 대림산업(2.96배) 등이 PER 3배 이내로 조사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들의 PER도 전년과 대비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7.63배에서 9.85배로, SK하이닉스는 34배 수준에서 8.51배로 떨어졌다. 그 이외에도 네이버(52.72배→27.52배), 셀트리온(77.99배→44.03배), LG화학(79.31배→24.77배), 현대차(11.20배→5.20배), LG생활건강(28.71배→23.34배), 삼성SDI(46.59배→19.56배) 등도 내렸다.
작년 실적 기준 PER가 100배 수준의 고평가 상태였다가 10배 내외로 곤두박질친 기업도 속출했다. 현대제철(245.36배→9.73배), 현대제철기계(182.52배→3.45배), 파라다이스(118.91배→22.56배), 한올바이오파마(98.90배→44.40배) 등이다.
PER은 기업의 현재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당기순이익/주식 수)으로 나눈 값이다. 한 회사의 주가가 1만 원이고, 1년에 1주당 얻는 순이익이 1000원이라면 PER는 10배가 된다. PER이 낮으면 기업 순이익과 비교하면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최근 며칠간 뉴욕증시가 급락세에서 벗어나고, 국내 증시도 채권안정펀드 등 유동성 대책으로 소폭 상승하면서 증권가에서도 저평가 종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슷한 저평가 수준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실적 추이에 따라 낙폭을 회복하는 속도는 갈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결국 ‘기업실적으로 귀결된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약 52% 급락한 건 국내 기업이익이 예상치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라며 “실적 복원력이 강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주가 차별화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극단적 저평가 상태로 내몰린 건설주와 금융주의 경우, 저평가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적기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업종 모두 코로나19 이후 실적 하락 직격탄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 증가에 따른 재무 위험성이 상존하고, 유가 급락으로 인한 중동 수주 취소가 우려된다. 금융주의 경우 0%대 초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자상환 유예, 저금리지원 등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이 발표될수록 수익성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저평가 종목 중에서도 국제 증시와 유가 등을 고려한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및 정치적 변수가 약해지기 전까지, 유가 민감 업종보다는 미국 증시와 밀접하게 움직이면서도 유가에 덜 민감한 업종에 주목한다”라고 권고하면서 “IT와 헬스케어, 화장품ㆍ의류, 유통, 필수소비재, 통신과 같은 저가 소비재 업종이 유가에 덜 민감하면서 미국 증시와 밀접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