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덮친 바이러스 공포...세계는 ‘G제로’ 시대로

입력 2020-03-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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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고립’ 빠져든 미국. 국제적 리더십 실종…EU도 코로나19로 ‘불협화음’

▲3D 인쇄된 코로나바이러스 모형이 미국 국기 앞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D 인쇄된 코로나바이러스 모형이 미국 국기 앞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요 선진국들을 강타하면서, 국제사회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가 사라진 ‘G-제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빠른 속도로 확산, 불과 3개월 만에 전 세계 50만 명이 넘는 사람을 감염시켰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확진자 수는 51만108명으로 집계됐다. 이 질환에 걸려 숨진 사람은 이날까지 2만2993명에 달했다.

특히 미국의 확진자 수는 이날 8만2404명을 기록하면서, 그동안 1위였던 중국(8만1782명)과 2위인 이탈리아(8만589명)를 한 번에 앞질렀다. 지난 1월 21일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나라가 된 것이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을 휩쓸고 간 코로나19는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 서방 세계를 휘젓고 있다. 특히 최근 하루 1만 명씩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는 미국에서는 병상이나 의료장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미 정부는 코로나19로 촉발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벌 국가들이 코로나19 피해가 심한 다른 나라에 대한 지원의 재스처를 보일 때, 미국은 국내적으로 바이러스 봉쇄에 매달린 채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지정학적 주도권 다툼에서 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가 위기에 직면해 가장 부유하고 힘 있는 나라인 미국에 기대를 걸고 있을 시기에 미국은 오히려 ‘자기 고립’ 상태로 빠져들어 간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 리더십 공백을 틈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코로나19 원조를 고리로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또 WP는 미국이 이런 와중에 코로나19의 공식 명칭을 놓고 중국 등과 설전을 벌이는 데 상당 기간을 소비했다고 지적했다. 전날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우한 바이러스’로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회원국들이 이를 거부해 결과적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됐다.

또 이날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경제에 5조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백신을 찾으려는 국제적 노력을 위한 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미국은 어느 정도 규모를 기여할지에 대해 아직 밝히지 않았다고 WP는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단합된 목소리를 내던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앞에서는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코로나19 대응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고, 장장 6시간에 걸친 논쟁을 펼쳤으나 단합된 대책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날 제시된 EU 정상들의 경제 대응책 초안이 너무 약하다며 거부했고, 결국 회의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강력한 경제 대응책을 내놓는 데 2주간의 시간을 더 주기로 합의하고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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