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개월간 이어진 분쟁서 경영권 지켜낸 조원태…향후 걸림돌은?

입력 2020-03-27 16:10 수정 2020-03-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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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 비롯 사내·외 이사 전원 선임 vs 3자연합 측 전원 부결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제7기 주주총회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제7기 주주총회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한진그룹의 명운이 달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결국 승기를 잡으며 경영권 확보에 성공했다.

한진칼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항공 본사 26층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통과시켰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 안건을 일반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어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된다.

조 회장은 이날 참석 주주들(4864만5640주)로부터 과반 수 이상(2756만9022주, 56.67%의)의 찬성표를 얻었다.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도 56.95%의 찬성표로 한진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반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이 내세웠던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사내이사 선임에 실패했다. 특히 김 전 부회장 안건(47.88%)은 약 2%의 차이로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서도 한진칼이 내세웠던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등 5명은 모두 과반 수 이상 찬성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3자 연합 측의 후보였던 서윤석,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 등 4명은 모두 선임되지 않았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선임안도 찬성 43.87%, 반대 55.84%로 부결됐다.

이로써 조원태 회장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확실히 잡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3자 연합과의 장기간 분장이 사실상 일단락 된 것이다.

주총을 하루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2.9%)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그에 앞서 법원이 반(反)조원태 3자 연합이 법원에 낸 가처분 소송건을 모두 기각한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한진칼 주총에 상정될 예정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찬성’ 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앞서 법원은 반도건설이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이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8%)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5%의 효력만 남도록 했다.

아울러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잇따라 조 회장 선임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을 비롯해 한진그룹 직원들이 벌여 온 조 회장 지지 운동 등도 한 몫했다.

다만, 주총에서 패한 3자 연합이 재대결을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3자 연합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과 별개로 앞으로도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들어서도 3자 연합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리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는 3자 연합의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율이 가처분 기각으로 당초 32.06%에서 28.78%로 떨어지며 조원태 회장측과의 격차는 10%포인트 이상 벌어졌었다.

하지만 최근 KCGI 측과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지속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들여, KCGI의 지분율은 18.74%, 반도건설은 16.90%까지 올랐다. 여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6.49%)의 지분을 더하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총 42.13%가 됐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조 회장 측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은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까지 지분을 늘린 점을 감안하면 42.38%까지 올라간다.

조 회장(6.52%)과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가족 지분과 특수관계인(4.14%),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 카카오(1.00%), 사우회 및 자가보험(3.79%), GS칼텍스(0.25% 추정치) 등을 더한 값이다.

양측 지분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어느 쪽이 먼저 51%의 지분을 확보하는지도 관건이다.

한편, 이 날 당초 오전 8시50분에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주요 주주간 위임장 사전 확인 작업이 지연되며 3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개최됐다.

한진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날 취재진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주 뿐 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하고, 일정 간격을 두고 좌석을 배치해 예년 주총의 3분의 1 수준인 100여석만 마련했다. 조원태 회장은 이날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날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84.93%였다.

조 회장은 이날 서면 인사말을 통해 "올해 '변화와 혁신을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경영방침에 따라 수익성을 중심으로 내실을 추구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에 발표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자구안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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