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가 지금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이제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심지어 소비자 등의 경제주체는 장기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우선 사재기가 없을 정도로 안정된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제조업체는 3개월 치 분량의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이것이 소진될 때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면 심각한 문제가 곳곳에서 터질 것이다. 마스크 유통 사태는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지금은 급작스러운 수요 하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3개월 이후에는 팔 물건이 없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즉각 자동차, 휴대전화처럼 해외생산 비중이 높거나 설탕, 커피, 식용유, 돼지고기, 소고기 등 해외조달 비중이 높은 품목의 공급망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상황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유연성에서 나온다. 미국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경제를 그대로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특정 품목에 대한 급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유연한 대응을 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GM이 인공호홉기를 제조하거나, 구글이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질병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결과를 제공하거나, 아마존이 거대한 구매력을 이용하여 매점매석을 자행하는 공급자를 제거하는 등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유연한 변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제조 분야라면 대한민국 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마스크 공급 부족은 생산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기업을 보는 권위적 리더십의 결과이다. 리더십 유형에 서번트 리더십라는 게 있다. 지원과 독려의 서번트 리더십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비상시국에 유연성 부족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은 아닌가!
돈을 푼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분야에 투자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몇몇 분야는 호경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텔레콘퍼런스(teleconference)이다. 온라인 교육을 통한 개학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그 핵심 인프라가 텔레콘퍼런스 시스템이다. 교육부는 구체적인 지원대책 없이 학교에 시시콜콜 지시만 내릴 뿐이다. 구글이나 줌(Zoom)이라는 회사의 서비스가 종종 언급되지만, 이들 서비스는 유료이며 무료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외국계 회사의 정책인데, 교육부의 정식 계약 없이 백년대계인 교육을 이들의 무료 서비스에 의존한다면 정말 황당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비대면 접촉 혹은 언택트(untact)는 미래의 의사소통 방식이다. 수많은 민원인의 직접 방문을 요구하던 공무원들은 이즈음에 비대면 접촉을 통한 민원 해결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미래 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국내에는 세계 굴지의 통신 회사가 3개나 있다.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성금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텔레콘퍼런스 분야에서 사업을 발굴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이 밖에 홈 엔터테인먼트, 백신 및 진단, 의료장비, AI, 방역서비스, 원격진료, 실내 공기정화 공조시스템 등도 이번 사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분야이다.
정부가 손을 댄 마스크 유통이 시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었고, 유통이 아닌 근거도 없는 공정한 배급이 어떤 결과를 야기했는지를 보았다면 시장경제만이 답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반시장적, 반기업적 정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일자리가 매주 수만 개씩 사라질 상황에 아직도 소득주도성장을 외칠 것인가? 잘나가던 원자력발전 체계를 파괴하여 이 와중에 더 높은 전기료를 부담해야 하는가? 가만히 있어도 하락할 부동산 경기를 더 죽여야 하는가? 다른 나라와 다르게 사재기가 없는 이유는 그동안 소매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구축한 탄탄한 공급망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지 정부의 지도력 덕분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대형 소매업체 규제론자들이 소매업체들의 사회경제적 역할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면, 사태 이후 미래를 향한 우리의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