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학개미운동’ 결말이 궁금하다

입력 2020-03-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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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미들의 연이은 주식 투자를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위기 때마다 발휘되는 민족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타고 자본시장에 상륙했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개인투자자는 코스피를 10조 원 가까이 사들였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최대 수치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둔 돈인 투자자 예탁금도 41조 원에 육박했다.

동학농민운동과 최근 개인 투자 열풍이 비교되는 주된 이유는 외국 세력과 민초(?)가 맞붙는 구도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폭락장 속에서도 외국인이 판 물량을 개인이 모두 받아내며 간신히 가파른 추락을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큰 차이가 있다. 동학농민운동은 국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애국심이 주 원동력이라면, 동학개미운동은 개인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두 현상을 단순 비교하는 건 다소 불경하게 느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두 달 가까운 폭락장 속에서도 이어지는 개미들의 ‘불나방’ 행보를 보고 있자니 놀라움과 동시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개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을 보면 목적성을 얼추 알 수 있다. 개인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종목을 꾸준히 사들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단순 낙폭과대주, 테마주 위주로 개인 매수세가 몰렸던 것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속된 말로 하자면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삼성도 건재하겠지’라는 믿음이다. 지금 좀 손해 보더라도 미래에 베팅하겠다는 것인데, 그 바탕에는 과거 큰 위기 속에서도 잘 버텨준 국내 대표 기업들에 대한 믿음이 일정 부분은 있다.

치열하고 흥미로운 줄다리기의 승부는 어떻게 날까. 개인적으로는 이번만큼은 줄을 당겨왔으면 좋겠다. 단순히 승패에 따른 쾌감을 떠나, 그간 자본시장 내에서 늘 패자의 위치에 섰던 개미들도 한 번 승리의 단맛을 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늘 외국인 수급에 바람 잘 날 없이 흔들리던 한국 증시가 이번 사태를 겪으며 ‘천수답 증시’에서 탈출했으면 하는 다소 낙관적인 바람도 가져 본다.

다만 ‘남이 하니 나도 한다’식 투자기법은 분명 경계해야 한다. 최근 주식을 전혀 하지 않던 지인들과 연락하면 ‘그래서 지금 사, 말아?’라는 물음이 돌아온다. 그때마다 돌려줄 대답도 늘 하나다. 저점이 어디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알고 있는 만큼만 투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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