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의료물품 ‘불량’ 속출...각국 정부 잇단 ‘보이콧’ 선언

입력 2020-03-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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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의료물자 외교에 제동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진단 키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진단 키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의료물품 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불량 제품이 속출하면서 중국산 물품에 대한 ‘보이콧’이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세계 각국에서 진단 키트, 마스크 등 의료물품 수요가 치솟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노리고 의료물품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불량품이 속출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퇴짜’를 맞고 있다.

네덜란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입한 중국산 마스크를 품질 기준 미달을 이유로 대량 리콜 조치했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28일 성명을 통해 “1차 품질 검사 결과 중국산 마스크가 기준 미달이라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2차 품질 검사에서도 품질 기준을 맞추지 못해 선적된 물건을 전량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추가 선적분은 수입을 중단하고 특별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지난 21일 수입한 130만 개 마스크 가운데 60만 장을 리콜 조치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이미 여러 병원에 유통된 상태다. 현지 NOS방송은 이들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이 안 되거나 필터 불량이라고 전했다.

3월 초 중국으로부터 5억5000만 개의 마스크와 550만 개의 진단 키트, 950개의 인공호흡기 등 4억8100만 달러어치(약 5800억8000만 원)를 수입한 스페인은 지난주 중국산 키트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선전의 바이오이지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검사한 결과, 정확도가 80%에 이른다는 광고와 달리 정확도가 3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유에서다.

진단 키트의 정확성 논란은 필리핀에서도 불거졌다. 필리핀 마리아 로사리오 베르게이어 보건부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진단 키트와 비교할 때 중국산 키트의 정확도가 40%에 불과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코 역시 중국산 진단 키트를 이용한 검사 결과의 80%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도 중국에서 들여온 코로나19 진단 키트의 샘플을 검사한 결과 정확도가 30∼35%에 불과해 사용을 거부했다.

중국산 의료물품에 대한 ‘보이콧’이 속출할 정도로 불량이 많은 이유는 중국 기업들이 의료물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지만, 검증에 허점이 많아서다. 중국 기업 대다수는 당국의 판매 승인조차 받지 않고 있다.

중국의 한 진단 키트 생산업체는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프랑스, 이란 등에서 주문이 쏟아지고 있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공장을 가동해야 할 판”이라면서도 “당국의 승인을 받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승인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유럽 각국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수출하는 102개 기업 중 중국 보건 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은 기업은 21곳에 불과하다. 심지어 중국에서 동물 대상 진단 키트 승인을 받은 회사가 유럽으로 키트를 판매하기 위해 생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생산망이 타격을 입어 의류물품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마저 불량이 속출하면서 혼란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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