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M&A '승자의 저주' 떨칠까… 두산건설 앞에 놓인 가시밭

입력 2020-03-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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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M&A, 경기에 민감…금호ㆍ웅진, 승자의 저주로 모기업까지 타격

금융시장에서 두산건설 매각설이 커지고 있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매각을 확정된다고 해도 인수자를 찾기가 만만찮을 거란 분석이 많다.

외국계 금융 회사인 BDA 파트너스는 최근 두산건설 매각에 관한 투자 안내서(티저레터)를 투자자들에게 배포했다. 티저레터가 확인되자 두산중공업 측은 "두산그룹이나 채권단과 무관하다. 매각 여부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인에도 금융시장에선 두산건설 매각을 여전히 유력한 카드로 보고 있다. 지난달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자금 1조 원을 지원받는 대가로 두산중공업이 사업 재편 등 자구안 마련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벌써 '승자의 저주' 우려가 오르내린다. 승자의 저주란 본사 재무 상태나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인수ㆍ합병(M&A)을 강행하다 후유증을 앓은 현상을 말한다.

건설업은 국내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현된 대표적인 분야다. 사업 특성상 경기에 따라 사업 실적이 급변하고 재무 상태도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2006년 산업은행에 6조4000억 원을 주고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대우건설 주가가 폭락하면서 사달이 났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자금을 모집하며 2009년까지 주가가 3만4000원에 못 미치면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식을 그 가격으로 되사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대우건설 주가가 2009년 1만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금호그룹이 사야 할 주식값은 4조 원을 넘어섰다. 금호그룹은 이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산업은행에 대우건설을 되팔아야 했다.

웅진그룹 역시 2007년 극동건설을 6600억 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선 웅진이 시장 전망보다 두 배 가까이 값을 써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인수 이후 극동건설은 공격적인 분양에 나섰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극동건설에 1조 원이 넘는 채무 보증을 해준 지주사 웅진홀딩스로 충격은 이어졌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때문에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와 웅진식품을 매각해야 했다.

업계에선 두산건설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날로 강화하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8.9이다. 동월 기준으로 2013년 이후 최저치다. 두산건설은 주택 사업 비중이 50%를 넘어 특히 경기와 정부 규제에 민감하다.

이 같은 위험성을 상쇄할만한 매력이 두산건설에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두산건설은 2016년 알짜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 등을 매각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알짜 자산으로 꼽혔던 신분당선도 적자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매각 전망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평가전문위원은 "그룹 입장에선 우선 팔고 싶어 하겠지만 아직 가격 등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안 나온 상태에서 전망을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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