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전반에 번진 두산건설 ‘동반 부실 트리거’

입력 2020-03-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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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지원한 주요 계열사…재무부담 가중ㆍ사업실적 부진

▲두산그룹 계열사의 두산건설 지원 내역. (제공=한국신용평가)
▲두산그룹 계열사의 두산건설 지원 내역. (제공=한국신용평가)

두산중공업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오랜 기간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의 매각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동안 두산건설은 부진한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두산건설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이어간 주요 계열사들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그룹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됐다.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여받는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되며 두산건설발 동반 부실 우려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외국계 금융사를 통해 배포했다. 국책은행으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기 위해 자회사 매각을 비롯한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 1조 원을 투입키로 했다. 두산그룹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추가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두산건설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제기돼 왔다. 그룹 차원에서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등의 방식으로 1조7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탓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두산건설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두산건설은 상장 폐지됐다. 당시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두산건설의 매각가는 4500억 원 내외로 추정됐다.

두산건설의 위기는 2013년 촉발됐다.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준공한 대규모 복합단지 '일산위브더제니스'가 건설경기 침체로 미분양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이때부터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0억 원을 지원했다. 5700억 원 규모의 폐열회수보일러 사업도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주요 계열사들은 두산건설의 분당 부지와 큐벡스 지분 매각에도 참여하며 직·간접적인 지원을 이어갔다. 지난해 5월에는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이 동시에 유상증자를 단행해 9483억 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처에도 두산건설의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별도기준 9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1856억 원, 2018년 5807억 원에 이은 대규모 적자다.

차입금은 7257억 원으로 리스부채를 제외하면 6581억 원 규모다. 이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차입금은 5851억 원으로 전체의 88.9%를 차지한다. 연대보증을 제공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입금 부담도 1527억 원에 이른다.

유동부채는 1조5982억 원으로 유동자산(8151억 원)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다. 이에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감사보고서에 명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용평가사들은 두산건설은 물론, 지주사 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이들 회사 역시 사업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5월 두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강등한 바 있다. 두산은 A-에서 BBB+로, 두산중공업은 BBB+에서 BBB로 각각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계열 지원 부담을 반영해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신용도를 하향 조정했다.

이달 들어 한신평은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두산중공업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모두 하향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두산건설의 차입금과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은 만기 2~3개월의 단기 자산유동화증권으로 조달돼 차환 부담이 매우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신평은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이 하향 검토에 등록되면서, 두산건설의 차입금 차환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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