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적금 잔액이 한 달 새 1조 원 넘게 급감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예금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전월 대비 1조487억 원 급감한 35조148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1월 1조2151억 원 감소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우선 지난해 하반기 정기적금이 크게 늘어난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만 9882억 원이 늘어 2012년 10월( 1조164억 원)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4000억 원 넘는 증가세를 유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에는 정기적금 잔액이 36조1975억 원을 기록해 2015년 11월(36조2667억 원)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작년 연말부터 은행에서 예금유치 노력을 축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은행들은 2020년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신예대률 규제 시행을 앞두고 예대율을 맞추기 위한 예금유치 노력을 펼쳤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정기적금 잔액 증가폭은 1286억 원에 그쳤었다.
연초와 설 연휴가 겹친 효과도 작용했다. 자금수요가 많은 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저금리 추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1월 기준 신규취급액기준 예금은행 정기적금 금리는 1.74%로 2017년 11월(1.67%)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들어 예대율을 맞추기 위한 예금유치 노력을 펼쳤었다. 예대율 어느 정도 맞추면서 작년 12월부터 유치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 늘었던 데 대한 기저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연초엔 자금을 인출하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가 떨어져 금리 메리트가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2월엔 하나은행 영향으로 정기적금 잔액이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하면서 4000억 원 규모의 정기적금 특판을 시행한 바 있다. 예금금리도 5.01%에 달했다. 이 같은 영향에 2월 가중평균 정기적금 금리는 전월 대비 1.17%포인트 급등한 2.91%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9월(2.92%) 이후 6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