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지난 대학가 온라인 강의 '실시간→녹화'…교수ㆍ학생 모두 "괴롭다"

입력 2020-04-01 15:15 수정 2020-04-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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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ㆍ중ㆍ고 원격 수업 완전히 달라…준비 상황 등 종합 고려해야"

▲온라인 개강에, 북적이는 대학가 카페 (연합뉴스)
▲온라인 개강에, 북적이는 대학가 카페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집합수업 대신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약 2주일이 지났지만 적지 않은 혼란이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원격 수업 효과를 볼 수 있는 쌍방향 실시간 강의가 축소되고 단방향 녹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대부분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와 경청하는 학생까지 양쪽 모두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온라인 강의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교육의 질’ 문제는 더욱 나빠지고 있다. 초기에 실시간 강의를 하던 교수들은 인터넷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매끄러운 수업이 불가능해지자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정경원 경희대 부총학생회장(회계세무학과)은 “수업 중간에 일부 학생의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말씀이 안 들린다’는 글이 채팅창에 뜨면 교수님이 이전 설명을 다시 하곤 하면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엔 대부분 실시간 강의를 했는데 이젠 교수님들이 녹화본을 많이 올린다”고 말했다.

원격 수업 중 교수와의 소통 부재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 회장은 “교수와 학생 사이에 수업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교수들은 수업 준비에 영상 관련 작업까지 해야 되는 만큼 고충이 크다.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수정이 어려워 촬영 중간에 설명이 틀리면 다시 지우고 처음부터 시작하는데 75분짜리 강의를 위해 3~4시간을 찍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실험ㆍ실습ㆍ실기 수업의 경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창헌 한국기술교육대 대학혁신사업단장은 “실험·실습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현장에서 할 수밖에 없는 과목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만큼 앞으로 이러한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미 연세대, 고려대는 각각 5월 12일, 5월 2일까지 온라인 강의를 연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례없던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온라인 개학을 결정한 만큼 대학의 원격 수업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온라인) 강의는 성인이 듣는다는 전제하에 운영되는 것이지만 초중고 온라인 개학 및 원격 수업은 이와 다르다”면서 “예컨대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 장애학생 등은 구체적인 학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습자의 발달 수준과 준비 상황, 지역의 인터넷 접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학 온라인 강의와 다른 적절한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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