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1억여 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횡령액의 상당 부분이 국내로 들어와 피해자 회사의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과 대부분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동기가 경영권 유지를 위한 사익 추구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한보그룹 고(故) 정태수 회장이 횡령 범행과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의사결정에 관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도피 중 또 다시 재산국외도피 및 횡령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이 사건 재산국외도피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매우 액수가 많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401억여 원의 추징금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씨는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시인하면서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정 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32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 원)의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월 자신이 실소유주인 EAGC의 자금 약 66억여 원을 추가로 빼돌린 혐의로 정 씨를 추가기소했다.
정 씨는 1998년 6월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도주했고, 21년 잠적 끝에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지난해 6월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