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업체 화이팅석유(Whiting Petroleum)가 이날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추가 감산 합의 불발 여파로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나온 첫 대형업체의 파산 보호신청이다.
화이팅석유는 “사우디와 러시아 간 유가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여파에 따른 수요 급감을 고려할 때 재정 개편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파산보호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화이팅석유는 지난주 6억5000만 달러(8000억4500만 원)를 대출받았음에도 이날 만기가 돌아오는 2억6200만 달러 회사채에 대해 지불이 불가능하다고 WSJ는 전했다. 화이팅석유 채권단은 22억 달러 회사채를 개편된 회사의 일부 주식과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파산보호 신청 소식에 화이팅석유의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12% 하락했다. 지난 3개월간 91%나 급락했다.
유가급락으로 화이팅석유 뿐만 아니라 대다수 미 셰일업계가 사실상 붕괴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원유 생산 점유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셰일업계가 상당한 부채를 지고 증산에 뛰어들어서다.
셰일업계는 채굴원가가 높아 유가 폭락 국면에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다. 배럴당 40∼50달러는 돼야 채산성을 가질 수 있지만,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현재 배럴당 1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수년간 셰일업계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주식 및 채권 시장의 투자 움직임도 현저히 감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올해 320억 달러 이상의 회사채가 디폴트에 내몰려 디폴트 비율이 17%에 이를 전망이다. 피치는 국제유가 급락 이전에는 7%로 전망했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석유업계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옥시덴탈의 비키 홀럽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두루 참석한다. 미국의 석유업계는 연방정부의 직접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