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폭락 지속…한국 경제 '득'인가 '독'인가

입력 2020-04-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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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스주의 한 정유 공장. ( AP연합뉴스)
▲미 텍사스주의 한 정유 공장. ( AP연합뉴스)

국제유가가 60달러에서 20달러로 폭락하는 데 걸린 시간은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가팔라도 너무 가파르다. 며칠 전에는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저유가를 넘어 초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 경제에 축복으로 여겨졌다. 소비자로서는 자동차 기름값이 싸지고 겨울철 난방비 부담도 적어지다 보니 그만큼 지갑에 여유가 생겨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기업으로서도 원자재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생산 단가를 낮춰 제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원가 절감 비용을 투자에 활용, 경기 선순환을 유도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이는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유가 하락의 원인이 공급이 너무 많아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문제는 최근 유가 폭락이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으로 실제 국내 경제 미치는 영향을 단순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유가 폭락의 이유는 명확하다.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인한 공급 과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공급 측 요인과 수요 측 요인이 정확하게 갈라 서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 유가가 내리면 실질구매력 상승에 따른 이익은 사라지고 오히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지게 된다.

극단적으로 기업이 저유가를 활용해 생산 단가를 줄여 값싼 제품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의미다.

수요 측 요인으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성장률이 0.3%포인트(P) 오른다는 한은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유가 10% 하락 시 성장률이 0.3%P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저유가 충격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의 연관 산업이 피해도 작지 않다.

지난달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은 각각 9.0%, 5.9% 줄었다. 품목별 단가 하락률에서도 석유제품이 -22.7%로 가장 높았고 석유화학(-17.2%)이 뒤를 이었다. 이 두 부문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육박한다.

이와 함께 산유국 경기가 나빠지면 건설·플랜트 관련한 발주 취소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조선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 하락 자체만 두고 부정적이라 보긴 어렵지만, 그 원인이 세계 경제 부진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는 유가 하락으로 수혜를 봤던 업종 역시 이번 초저유가 상황에서는 아무런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심각하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항공, 운수 등이 유가 하락의 수혜 업종이지만 코로나19로 아예 운항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유가 하락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피해를 보는 업종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수혜 업종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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