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일 부자 나라’ 미국, 마스크 구할 수 없는 이유는?

입력 2020-04-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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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물자 공급 다른 나라에 의존 ‘세계화’ 단점 부각…중국, 글로벌 의료용 마스크 생산의 85% 차지

▲미국 아이오와주 데스모인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직원이 미스크를 쓰고 화장실을 소독하고 있다. 데스모인/AP뉴시스
▲미국 아이오와주 데스모인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직원이 미스크를 쓰고 화장실을 소독하고 있다. 데스모인/AP뉴시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공중보건 위기 속에 수술용 마스크나 N95 마스크,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중요한 물자 공급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세계화’의 단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미국은 거의 전역이 봉쇄 상태에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는 22만 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5000명을 넘었다. 백악관은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2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중보건에서 이 정도 규모의 사태가 일어나는 것에는 항상 하나 이상의 원인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몇 주에 걸쳐 코로나19 심각성을 부인하고 검사를 초기에 대량으로 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WSJ는 많은 미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이 의료진과 시민에게 생명을 지키는 의료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의문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대책에 대한 투자가 수년간 부족했던 것도 큰 요인이다. 하지만 글로벌 의료 공급망이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평가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의료용 마스크 생산능력의 85%를 차지한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기 전에는 50%였다. 의료종사자들이 착용하는 N95 마스크의 미립자 필터에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 섬유도 중국이 주요 제조국이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부직포 수출에서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8%에 이르는데 폴리프로필렌 섬유도 이런 부직포에 포함된다. 미국도 대량 생산하고 있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해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마스크와 그 원자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퍼졌다. 독일과 중국 등이 의료장비 수출을 제한한 것도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했다. 최근 사례로는 몬트리올 소재 마스크 제조업체 메디컴 중국공장이 현지에서 원자재를 조달할 수 없게 됐다. 중국 당국이 국내에서 사용할 마스크 생산에 썼기 때문.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이미 지난달 초 코로나19 사태가 1년간 갈 경우 필요한 의료용 마스크에 비해 재고는 약 1%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필요한 인공호흡기도 대부분 세계 각지에서 조달하는 부품으로 생산된다. 해밀턴메디컬의 안드레아스 빌란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루마니아가 의료물자 수출을 제한하면서 인공호흡기에 필요한 가습기 부품 조달이 일시적으로 막혔다”며 “튜브 등 기타 부품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공급받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WSJ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나서 중요한 의료물자를 둘러싼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의 대폭적인 재검토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만큼 미국인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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