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가운데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0월 기준금리 결정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모습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 국내 금융시장은 '패닉' 장세를 연출, 주가는 연일 폭락세를 면치 못하며 1300선이 붕괴됐고 달러-원 환율은 나흘간 200원 이상 폭등하며 1400원선을 위협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금융위기 공포가 확산에 따른 극도의 투자 심리 위축 속 무려 8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1286.69로 장을 마감하며 연저점을 재차 경신했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66.90원 급등한 13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상황 속 시장 참가자들은 자금시장 불안 및 경기 침체 가시화, 각국의 금융위기 확산 방지를 위한 금리 인하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점차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전세계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확산으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신용경색을 막고 더욱 깊어지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금리인하에 속속 나서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지난 7일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포인트 금리 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했고 미국 중앙은행은 전날(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기존의 2%에서 1.5%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4.25%였던 기준금리를 3.75%로 내렸다. 중국 인민은행도 0.27%포인트 인하했다.
영국과 스웨덴의 중앙은행도 기준 금리를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은 4.5%와 4.25%로 각각 조정했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기준금리인 스위스프랑화 표시 리보금리 중간 목표대를 현재 2.75%에서 0.25%포인트 낮춘 2.5%로 결정했다.
캐나다의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도 이날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에 동참, 기준 금리를 3%에서 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세계적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서도 국내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했을 때 한은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사용을 두고 상당히 고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담, 금리상승 및 신용 스프레드 확대, 실물경기 악화 신호 등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이 컸지고 있지만 외환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오버슈팅하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을 고려한다면 쉽사리 금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은 그동안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점차 실물경기 침체 우려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선택했다.
김유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 최근 생산이나 소비와 같은 실물지표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국내 경기의 둔화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국제 금융불안과 글로벌 경기둔화가 선진국의 경기부진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경기 둔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국내 자금경색에 따른 중소기업이나 건설사의 부실 우려로 신용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통화정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여전히 인플레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은은 쉽게 금리인하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시 재정거래 목적의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이 커 금리인하를 쉽사리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공조적 금리인하로 인해 한국의 정책금리도 0.25%포인트 정도 인하할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했다.
환율이 높은 수준이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다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경기'보다 '자금 경색'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은의 0.25%포인트 정책금리 인하는 경기지지 및 원달러 환율의 안정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양수겸장"이라며 "설령 이번에 정책금리 인하가 없더라도 늦어도 11월 이후에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