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해"...코로나 팬데믹, '정크푸드 팬데믹' 불렀다

입력 2020-04-08 11:21 수정 2020-04-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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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유통기한·간단하고 빠른 식사…음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경우도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빈 냉동피자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빈 냉동피자 진열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세계인의 식습관까지 바꿨다. 그동안 웰빙 열풍으로 건강식을 선호하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이동 제한과 생활고, 스트레스를 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들)로 풀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이 계속되면서 외식과 신선식품 및 유기농 식품 선호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식료품점을 방문한 쇼핑객들은 유기농 채소나 통곡물 대신 냉동 피자와 시리얼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치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이 비축 가능한 제품들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NYT는 쌀, 콩, 참치통조림, 캔 수프 등 식료품점에서 일어났던 ‘사재기’의 상당 부분은 공포와 실용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언제 식료품점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과연 음식이 재입고 될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몇 달간 보관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간단하고 만들기 쉬운 가공식품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점심식사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홈 스쿨링(재택 학습)을 하는 아이들을 위해 밥상을 차려야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가공식품 구입이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간식거리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며 코로나19 속 위안을 삼기 위해 주전부리용으로 사고 있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가 수 스미스 씨는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케일, 퀴노아와 함께 샐러드를 먹던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자 아예 식습관을 바꿨다. 식료품점에서 그가 카트에 담은 것은 스파게티오와 골드피쉬크래커였다. 스미스 씨는 “나는 지금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고, 오늘 저녁에는 시금치 아티초크 라자냐를 만들 예정”이라며 “여긴 유제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만, 난 지금 당장 음식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업계도 호조를 누리고 있다. 최대 통조림 캔 수프 제조회사 캠벨수프컴퍼니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일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줘가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캠벨수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폭증했다. 프레고 파스타 소스는 52%, 페퍼리지 팜 골드피쉬 크래커는 23% 각각 늘었다.

크래프트하인즈 역시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마카로니, 치즈 등 수요가 많은 제품 공급을 늘리려고 몇몇 공장이 3교대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1분기 매출이 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해 주가가 크게 뛰었다.

다만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났을 때도 이러한 판매 호조가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로버트 모스코 애널리스트는 “그중 일부는 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가 부른 ‘정크푸드 팬데믹’이 식품회사들에게는 새로운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장·냉동 및 냉장 식품이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맛있다고 설득함으로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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