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조합장 불신ㆍ해임 봇물

입력 2020-04-0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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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 추진 "피해 책임져라"…둔촌주공ㆍ신반포15차 해임 움직임

둔촌주공아파트 등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 현장에서 조합장을 해임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조합이 무리한 사업 진행에 나서면서 사업이 마냥 지연되자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격인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이하 조합원 모임)은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조합장 해임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조합원 모임은 △총회 의결 공사비보다 비싼 평당 공사비 책정 △고금리 사업 대출 수의계약 등을 문제 삼아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에도 불구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조합원들의 거센 불만을 사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HUG에 3.3㎡당 3550만 원으로 일반분양가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HUG 측이 제시한 3.3㎡당 3000만 원 안팎과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조합원 모임 측은 조합이 무리하게 HUG와 협상에 나서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조합원 모임 관계자는 "조합은 HUG와 제대로 협상도 못한 채 선분양을 반려당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이 3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선분양을 어떻게 완수할 지, 선분양이 안된다며 후분양은 어떻게 진행할 지 조합원들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능과 깜깜이 업무 추진으로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힌 조합장 대신 전문경영인(전문조합관리인) 체제를 통해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서포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원들도 조합장과 이사·감사 등 집행부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신반포15차 비대위는 이를 위해 조만간 임시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시공사 교체다. 앞서 신반포15차는 2017년 대우건설과 시공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장은 대우건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것이 시공사 교체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조합원들은 갑작스런 시공사 교체로 인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증액된 공사비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조합장을 해임한 곳도 있다.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지난달 7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96%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조합장과 이사, 감사 등 집행부 9명에 대한 해임 안건을 의결했다.

조합원들은 설계변경 과정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면서 조합원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조합이 서울시의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받아들여 용적률을 276%에서 300%로 상향조정하는 대신 커튼월(콘크리트 벽에 유리 외벽을 별도로 만드는 방식)이나 미디어파사드(외벽 영상), 스카이브리지 등의 특화설계를 포기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또 조합이 서울시 요구대로 도로변 아파트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고 초소형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것도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이달 중 새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조합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임원을 새로 선출하고 재건축 설계안을 다시 만드는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장 해임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산구 한남3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 등 사업 진행이 더딘 재개발ㆍ재건축 단지들에서도 조합장과 조합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은데 정부 규제로 사업이 더뎌지면서 갈등도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합원 간 이해관계와 이견을 조정해야 하는 조합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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