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무장관들은 16시간 이상의 마라톤 긴급 화상회의를 펼쳤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극심한 대립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은 약 4100억 유로(약 543조 원)에 달하는 구제금융 조건을 놓고 충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012년 재정위기 당시 심각한 재정난에 휘말린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구제금융 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를 세웠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탈리아는 ESM 자금 사용조건을 완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구제금융을 받으려면 부채 감축 등 구조조정을 수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맞섰다.
또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은 공동 채권 발행을 주장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재정상황이 비교적 좋은 북유럽 국가들이 이에 반대했다.
프랑스 정부가 주도하는 공동 채권인 이른바 ‘코로나본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비용을 회원국들이 분담하고자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한다는 아이디어다. 이는 10년 전 나왔던 ‘유로본드’와 비슷한 구상으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막대한 빚을 짊어진 남유럽 국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은 부채를 나눈다는 아이디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채무 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U 재무장관들은 9일 회의를 재개할 것이나 경제대책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