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세계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3월 경기선행지수(CLI)가 전월보다 0.8포인트 하락한 98.8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CLI는 OECD 회원국 전체의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이 갈린다. 이 지수는 미·중 무역 마찰 우려 등으로 지난 2018년 10월 100을 밑돌고 나서 지난해 여름 바닥을 쳤다가 올해 2월까지 상승이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지난달 급격하게 반전했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99.34로 전월보다 0.17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은 0.6포인트 낮은 98.9를, 일본은 0.5포인트 하락한 98.4를 각각 기록했다. 비회원국인 중국은 98.8로 0.3포인트 내려갔다.
유럽이 받은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영국이 98.2, 독일이 97.5, 프랑스가 98.8로, 전월보다 0.5~1.9포인트 하락했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98.2로, 약 1.2포인트 떨어졌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CLI가 반년에 걸쳐 급격히 하락해 2009년 2월에 사상 최저인 95.6까지 추락했다. 만일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한 몰락을 경험할 수 있다.
OECD는 “CLI는 향후 경기를 점치는데 중요한 지표이지만 세계 각국의 도시 봉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이런 선행지수 성격을 크게 상실했다”며 “이에 CLI는 미래보다 현재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코로나19가 세계 무역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WTO는 세계 무역에 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우선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올해 글로벌 상품 교역량은 전년보다 최대 32% 급감하고 나서 그 반동으로 내년에는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 8.8%까지 추락할 수 있고 2021년에는 5.9%로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올해 상품 교역량은 13% 감소하고 나서 2021년에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올해 GDP 증가율은 -2.5%, 내년은 7.4%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심지어 낙관적인 시나리오조차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수준의 부진이다. 당시 글로벌 무역은 약 12% 감소했으며 GDP는 2% 위축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적중한다면 전 세계 무역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이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JP모건체이스도 어두운 관측을 제시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내년 말까지 전 세계 GDP의 약 8%에 달하는 5조5000억 달러(약 6700조 원)의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는 일본 경제와 비슷한 정도의 GDP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추정했다. 이어 “경기 하강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가 손실분을 채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통화정책 완화와 재정 부양책에도 글로벌 GDP는 빨라도 2022년은 돼야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이런 무시무시한 수치들도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통을 다 나타낼 수는 없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매출 급감과 함께 산더미 같은 부채로 많은 기업과 점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직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