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8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TO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 “살해 위협과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HO를 겨냥, ‘중국 중심적’이라고 쓴소리를 한 데 이어 여러 국가 정상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는 “두세 달 넘게 개인적인 공격과 인종차별적 모욕을 받고 있다”면서 “나를 니그로(Nigro)로 부른다”고 말했다. 니그로는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노예를 부르거나 모욕하기 위해 사용했던 인종 차별적인 비방이다. 이어 “솔직히 신경 안 쓴다. 살해 위협조차 관심이 없다”면서 “흑인인 게 자랑스럽고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종차별적 발언 관련해 대만을 언급하고 나섰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인신공격성 발언이 석 달 전 대만에서 시작됐다”면서 “대만 외교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만의 인종차별 발언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프랑스 의학 전문가들이 TV에 출연해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 실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역시 거듭 비판했다. 그는 이를 두고 ‘식민지 시대 사고방식’이라고 맹공했다. 이어 “코로나19 정치 쟁점화를 격리해주길 당부한다”면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단합하지 못해 매 순간 죽어가는 생명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만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만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발언을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일축했다. 또 “대만 국민과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강력히 항의했다. 차이잉원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대만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반대한다. 우리는 수년간 세계 기구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서 “사무총장을 대만으로 초대하고 싶다. 와서 대만인이 얼마나 국제 사회에 헌신하고 있는지 확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만과 WHO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계속해서 갈등을 빚고 있다. WHO가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만의 정보 제공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은 국제연합(UN) 창설 멤버지만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산하 조직인 WHO에도 가입하지 못했다.
WHO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중국 정부 눈치를 보느라 시의적절한 방역을 이끌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역시 사퇴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이 진행되는 등 리더십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