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현장] 대구 잠룡들 대선 전초전?…표심은 “경제 해결사”

입력 2020-04-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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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갑 '4선 의원' 맞대결/ 김부겸 "경제 활력 넘치는 곳으로"…주호영 "성난 민심으로 정권심판"/ 수성구을 홍준표, 2030 지지 호소 "사전투표 해달라"

▲9일 대구 수성갑 두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우)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  (대구=유혜림 기자 wiseforest@)
▲9일 대구 수성갑 두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좌)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우)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 (대구=유혜림 기자 wiseforest@)

4·15 총선이 일주일 여 앞두고 대구·경북(TK)의 ‘보수 싹쓸이’ 기세가 엿보이면서 때아닌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돋보인다. 사실상 ‘개인전’으로, 대권 잠룡들이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20대 대선에 앞서 입지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여야 현역 4선 의원들이 맞서는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경쟁자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도 “이기면 나도 대선후보군”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도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 이번 총선을 발판 삼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투데이가 9일 찾은 대권 주자들의 출마지인 수성갑과 수성을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코로나 타격으로 악화한 경제를 일으킬 인물’이 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부겸 후보는 이날 오후 신매시장을 찾아 “일자리를 찾아 떠난 우리 아이들이 대구 출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며 활력 넘치는 대구를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유권자에게 게 ‘정치적 다양성’을 호소했다. 그는 대구ㆍ경북 지역구 의석수인 25석이 ‘보수 전승’이 될 경우 고립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그는 “그렇게 당당한 심판론이라면 전 국민도 동의해야 하는데 왜 유독 경북만 심판론을 거론하면서 고립시키려고 하냐”며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 대구 민심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매시장 근처 교회 앞에서 만난 유권자(여, 72세)는 “뭐 둘 다 대통령 나간다고 하는데 그거야 선거까지 가봐야 아는 거 아니겠냐”면서 “사실상 둘이 대통령 되든 말든 나랑 상관없다”면서 발길을 옮겼다.

반면 핸드폰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다른 사람들도 공약 다 잘 지키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비슷한데 그 중에서 나은 인물은 김부겸”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이어 “이번에 대권 후보를 선언했는데 김 후보가 당선돼서 지지기반이 생기면 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주호영 후보도 이날 오전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선거 유세에 나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적한 거리를 찾기보다 세대가 모여있는 아파트 단지를 공략해 유권자에 다가간다는 구상이다.

주 후보는 “김부겸(후보)의 공약이행률은 55.5%지만 저 주호영은 95%”이라며 “누가 더 약속을 잘 지키는 후보인지 살펴보고 성난 민심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주 후보는 김 후보가 이행하지 못한 대표적인 공약으로 ‘황금동 재개발’을 꼽았다. 그는 “김 후보가 지난 선거 때 황금ㆍ만촌동에 오래된 단독주택 지역을 고층으로 재개발하겠다면서 많은 표를 받았는데 4년간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범안삼거리-황금고가교 직선 도로도 닦겠다고 해놓고선 이 역시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의 재건축 이야기에서 잠시 발을 멈춘 김모 씨(여, 72세)는 “문자로 김부겸 의정활동 보고가 문자나 동영상으로 매번 올 때마다 보는 편이다. 근데 정작 우리가 관심 있는 재건축 이야기가 안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운동장에서 산책을 마치고 내려온 허모 씨(남, 59세)는 이번 두 후보의 대권 출마에 대한 생각을 묻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급했나 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동네가 이젠 정당으로 간다는 분위기를 김 후보가 의식했는지 먼저 그리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 다 하겠다고 해도 시켜주는 사람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냐. 대구 경제 살리는 사람 있다면 뽑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수성못 근처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수성못 근처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

홍 전 대표도 이날 오후 수성못 근처에서 차량 유세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이문열 작가도 함께해 홍 전 대표에게 힘을 보탰다. 이 작가는 “이번 ‘공천 소동’을 보면서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정당의 인물은 쉽게 죽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홍 대표를 봐왔다. 이런 인물로 ‘험지’로 보내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통합당 선대위를 정면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2030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무소속이지만, ‘우리당’이라면서 보수색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당’은 원래 20대에 인기가 없다. 나는 60이 넘은 할배인데 젊은 사람들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어찌 됐든 대구에서 20대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20·30대는 내일부터 이틀간 진행하는 사전 투표에 꼭 참여해주시라”고 당부했다.

금융계 종사자인 신모 씨(남, 30세)는 “여당, 야당 둘다 별로라고 생각하던 중에 홍준표 후보가 나타나서 반가웠다”면서 “홍의 상징성은 우리 사이에서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김부겸이랑 비슷한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김은 이미지로만 그치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휴학생 이모 씨(28세)는 “개인적으로 홍준표가 뽑힐 것 같다. 얼마 전 수성못 갔다가 홍준표 봤는데 용기가 안 나서 사진을 못 찍고 왔다”며 “기본적으로 대선주자였다는 배경이 있어서 그래도 믿음 가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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