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M&A 곳곳에 ‘지뢰밭’… 합병 좌초 되나

입력 2020-04-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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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배달의 민족 )
(출처=배달의 민족 )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와 인수·합병(M&A) 협약을 맺은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수수료 개편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합병이 불허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몸값은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 스타트업과 인터넷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12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두 업체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합병 대상 2개 회사의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성장 지원 기조를 감안했을 때는 ‘조건부 승인’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수수료 인상 논란이 일면서 기업결합 심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정위 기업 결합 심사의 관건은 ‘시장 획정’이었다. 현재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55.7%), 요기요(33.5%), 배달통(10.8%)순이다. 배민과 요기요 점유율을 합하면 89.2%에 달한다. 업계 3위인 배달통도 딜리버리히어로 소유인 만큼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00%가 된다.

시장획정을 배달음식 중개업으로 한정할 지에 따라 ‘독과점’이라는 쟁점에 변화가 생긴다. 배달앱이 전통 산업이 아닌 O2O서비스인 점을 감안해 기업결합 승인이 나더라도 수수료 인상과 영업 확대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관점이 많았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1일부터 기존 월정액 8만8000원이던 수수료 체계를 주문 정률제(주문 매출당 5.8%)로 바꾸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를 두고 음식점들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수수료 인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여권 중심으로 정치권의 강한 비판까지 받게됐다.

결국 공정위는 공정위는 수수료 체계 개편 영향뿐 아니라 두 기업 합병에 따른 정보 독점 우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소비자의 주문 내용과 지역 상권 특징 등 다양한 정보를 독점했는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IB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은 합병과 함께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배달의민족의 매각가는 시장에서 가치 대비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일었다”며 “수수료 체계 개편은 높은 매각가에 고려된 계획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강력한 조사를 예고하면서 인수합병을 불허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도 나온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승인 가부를 정하는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와 정치권의 반응, 여론 등을 외면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독과점도 넘어야 할 큰 산이었는데 소상공인 단체의 반대에 이어 특히 총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배달의민족 인수합병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어 공정위가 승인 결정을 쉽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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