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11일 황교안 대표에게 "당 지도부에 '제발 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 달라'고 지시하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황 대표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소에서 황 대표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n번방 사태' 같은 정확한 확신도 없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 혼란스러움만 일으키고 쓸데없이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는 짓"이라고 했다.
이는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전날 여권 인사 연루설 등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제보를 주말께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가 폭로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꾼 점을 언급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작 정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본부장에게) 가급적 입을 닫고 있으라고 하라"며 "다른 일을 못 하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음으로써 선거에 도움이 되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즉각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황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이 n번방 언급과 관련해 이 본부장에게 경고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삼간 채 "n번방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참여한 사람이든 주도한 사람이든 최대한의 엄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회동에서 '세월호 막말'을 한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에 대해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려 선거 완주의 길을 열어준 당 윤리위원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윤리위가 그런 식으로 판단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미 정치적으로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으면 정치 상황과 선거를 기준으로 판단해야지, 무슨 재판하는 식으로 요건이 되냐, 안 되냐 하며 소란만 키웠다"고 말했다.
이에 황교안 대표는 "어제저녁 제가 입장문을 내서 정리했다"고 짧게 답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밤늦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차 후보는 더는 우리 당 후보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차 후보에 대한 추가 조치는 없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위원장이 말했고, 저는 저대로 입장 밝혔다"라며 "그 이상 무슨 조치가 필요하겠느냐"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적인 선거였으면, 지난 3년간 정부의 여러 실책에 대한 판단으로 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줄어든 것을 보면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통합당 열세로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상업적 성격이 많다"며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