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코로나 경제대책, 총선 후 다시 짜자

입력 2020-04-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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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좀 과장하자면 선거는 정치인들의 단기 기득권 쟁탈전이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성쇠에 중요한 사안을 단기적 득실 계산 없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인기영합 행보가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는 데 일조했다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바이러스 급습으로 국내외 경제가 얼어붙으며 때아닌 동파가 걱정이다. 국회의원 선거로 혼란스런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며칠 후 선거가 끝나는 것이 우리 경제에 큰 호재로 보여 목요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으로 세계경제는 캄캄한 터널에 들어섰다.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도 상당히 나쁠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상당히 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신속히, 그러나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선거와 냉정은 상극인 모양이다. 최근 재난지원금 결정과정을 보면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은 표심을 잡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임을 잘 보여주었다. 처음 논의되었을 때에 비해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한 필요나 당위성과는 무관하게 금액은 커지고 지급 대상자는 더 늘었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용 정책은 용도 폐기된다. 어쩌면 5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20대 국회가 남은 회기 동안 우리 사정에 맞는 재난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경제가 얼마나 더 나빠지느냐가 우리 경제의 향후 경로를 정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1910년대 말 스페인독감 확산 때 경험이 회자되고 있다. 만약 당시의 굵직한 사건들이 비슷한 타임라인으로 되풀이된다면 앞날은 어둡다. 스페인독감이 창궐했던 기간은 세계경제가 큰 혼란과 대공황을 겪은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戰間期)의 시작이었다. 1차 세계대전 종료 후 두 해가량 이어졌던 스페인독감 확산은 독일과 인근 동유럽 국가들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발생했고 유럽 전역이 경제난을 겪었다. 1929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이 10년 넘게 이어지며 세계경제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사건 연보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그대로 적용하면 세계경제의 향후 경로가 매우 비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때의 경험이 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공격적으로 경기지원 정책을 펼쳤는지 설명한다. 선진국들의 이번 위기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빠르고 공격적인 것도 앞서 언급한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우리 경제에 미칠 이번 사태의 충격은 2008년과 비교하면 해외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잠재적으로 훨씬 클 것이다. 당시에는 대형 충격의 진원지가 미국과 유럽이었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한국과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이웃인 중국은 건재했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중국이다. 중국은 2008년 세계경제의 파고가 거세졌을 때 한국경제호(號)를 안전하게 결박해 피난했던 바지선이었는데, 이번에는 그 바지선이 요동치며 결박되어 있는 한국경제호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정상적 경제활동을 멈추는 효과가 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그날그날 매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음식점과 같은 영세 사업자를 시작으로 점차 모든 기업의 존속을 위협하고, 길어지면 근로자들도 운명 공동체가 된다. 그래서 신속하고 광범위한 구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도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개연성을 감안해야 한다. 무기한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것인가? 이미 정부 지출이 빠르게 늘며 작년 우리의 재정 적자가 크게 악화한 것이 드러났다. 지원 규모나 대상을 더 선별하고 고통분담 방안을 강구해야 될지 모른다. 이런 일은 선거를 앞둔 국회나 정치인들이 하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나라 경제의 앞날을 생각하면 준비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반갑다. 정부가 무제한 퍼주고 모든 일을 책임질 것처럼 공언하던 정치인들은 새 국회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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