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데이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경제 공약에 대해 “공약이 전반적으로 준비가 덜 된 느낌”이며 “앞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각 당 모두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쟁점이 될 만한 부분들을 다루지 않아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약과 노조 중심의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모습이고, 통합당은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넓히겠다는 건데 원론적 이야기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경제 공약은 코로나19로 인한 ‘현금 살포’에 다 묻혔기 때문에 정책 대결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선거 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이 충분히 논의돼야 여야 간 토론이 가능해지는데 지금 토론과 평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은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등을 빼놓고 있다. 세원을 발굴하겠다면 어떤 분야에 어떻게 증세할 것인가에 관한 얘기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면서 “통합당도 재정건전화 방향은 좋은데 어떤 형태와 효과를 기대하느냐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공약에서 밝힌 정책 재원 확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야 막론하고 경제 성장보다는 재정을 사용하는 쪽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예산 수요는 실제보다 실행 과정에서 더 커질 텐데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이 공약 맨 앞에 내건 혁신 등 재원 조달이 필요한 공약은 재원 조달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통합당도 금액 자체는 적은 것으로 보이지만, 감세 등이 있어서 재정건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가 공통적으로 재정을 푸는데 이를 가만히 두는 게 나은지, 더 푸는 게 나은지에 대한 비교가 필요하다”면서 “당장 채무가 늘어나도 경제가 풀려야 세수도 들어오고 한다. 반대로 정부 채무를 악화시킬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각 당 공약에서 구체적으로 산업 정책 관련 공약은 빈약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야 모두 고용과 성장은 다루면서 정작 산업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서 “산업 정책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번 총선을 위해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질 수 없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번 총선 경제 공약은 예전에 있던 것들을 그대로 모은 것으로 의미가 없다. 다음 대선 공약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세금을 감면해 주고 장기적으로 중국 등 개도국 추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여야 공약이 어느 한 곳에 쏠리지 않고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 아니겠는가”고 했다.
경제 공약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민주당 공약은 반노조·친기업, 규제 강화 정책에 일관돼 있는데 전반기 실정을 반성하면서 정책 전환하는 공약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규제를 강화한다면서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통합당은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를 약속했는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는 OECD 평균보다 더 낮은 제안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경제 자체는 체감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공약보다는 정당으로 판단하기 쉽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는 체감적 존재로, 정부가 ‘괜찮다’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다”면서“실제로국민이 경제에 불만이 많다면 ‘공약’을 보고 찍는 것이 아니라‘정당’을 보고 찍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