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5~6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합의

12일 화상회의 개최…“하루 10만배럴 감산” 멕시코 요구 받아들여

▲최근 6개월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가 5월부터 두 달 동안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가스콘덴세이트 제외)를 감산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이날 합의된 감산량은 그동안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앞서 OPEC+는 지난 9일 화상회의에서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멕시코가 자국에 할당된 하루 40만 배럴의 감산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멕시코는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 요구를 반대하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날 회의에서 결국 받아들이면서 합의가 성사됐다.

지난 9일 발표된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다. 하루 250만 배럴씩을 감산해야 하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가 이달부터 산유량을 올린 터라 합의된 감산량인 하루 970만 배럴을 4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200만∼1300만 배럴가량을 감산하는 효과다.

이란 석유장관은 이들 3개 산유국이 OPEC+의 감산량 외에 하루 20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6월 이후 감산 계획과 관련해서는 9일 합의된 대로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나이지리아 석유부가 발표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지난달 6일 OPEC+ 감산 합의가 불발된 뒤 시작된 ‘원유전쟁’도 일단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이날 합의가 원유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영향으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에 충분한 상승 동력을 제공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하루 3000만가량 배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OPEC+의 감산량은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일 하루 1천만 배럴 감산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제 유가는 10% 가까이 급락한 바 있다.

아울러 OPEC+의 합의 타결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이 9일 멕시코에 할당된 감산량 중 하루 25만 배럴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가 산유량을 강제할 수 없는 미국 석유 산업의 특성상 미국이 ‘대리 감산’을 실행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하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OPEC+ 소식통들을 인용,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하고 각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산량은 하루 2000만 배럴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