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환율잡기 연합작전 성공했나(?)

입력 2008-10-10 08:22 수정 2008-10-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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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맞춰 정부 고강도 개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지난 9일 아침 회의실로 향하는 금통위원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했다.

환율이 최근 나흘동안 사상 유례없이 폭등하면서 국민들이 어느새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가 아직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준금리 결정은 자칫 한국경제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기습적 금리인하 "상승심리 차단"

하지만 이날 금통위는 당초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0.25%p의 금리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폭락하던 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날 90원 가까이 폭등하던 환율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때마침 정부는 대량의 '실탄'을 투입해 이날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후 결국 15원 이상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시켰다. 정부와 한은의 '환율 방어' 연합작전이 보란듯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날도 환율이 개장과 함께 폭등세를 거듭하면서 1500원선을 향해 치달았지만, 예상밖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섰고 외환시장도 빠르게 전정됐다"고 전했다.

물론 정부의 고강도 개입만으로도 환율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겠지만, 금리인하 결정이 없었다면 앞서 나흘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하락폭을 다소 줄이는 데 급급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이성태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최근 외환시장은 비정상적인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는)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환율의 상승기대심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20억달러 '실탄' 투입

이같은 한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정부도 대규모의 '실탄'을 두 차례에 걸쳐 쏟아 부으면서 환율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일부 대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선 것도 있지만, 정부도 15~20억 달러 규모의 고강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1차적으로는 오전 금리인하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의 폭등세가 다소 꺾이자 정부는 기다렸다는듯이 대량의 매도 물량을 투입해 이날 상승폭의 절반 이상을 반납시켰다.

이어 오후 들어서도 매도 물량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며 닷새만에 치솟던 환율을 큰 폭의 하락세로 돌려놨다. 시장에서도 장중 고점 대비 큰 폭의 하락세가 현실화되자 차익 실현을 노린 매도물량이 가세하면서 정부의 환율 방어에 힘을 보탰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고강도 개입으로 상승기대심리가 일단 꺾였다"며 "추가 하락을 의식한 차익실현 매물이 가세하면서 장중 고점대비 하락폭이 100원 이상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도 "그동안 심리적으로 쏠림현상이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경우 하락폭이 예상보다 훨씬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총재도 '환율 방어'에 대해 "2인3각 경기를 하듯이 기획재정부와 실무자들이 항상 의논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합작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결국 그동안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다소 거리감을 두었던 한은이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면서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정부와 한은의 의지대로 추가적인 환율 하락과 물가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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