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숨어있는 독과점 시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입력 2020-04-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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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대 최대 독과점 사건 하면 단연 2017년 퀄컴에 대한 1조 원 과징금 부과 건이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모뎀칩셋과 관련 통신기술 특허 시장에서 이중으로 독점력을 가진 사업자이다. 공정위는 퀄컴이 모뎀칩셋 제조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독점력을 남용한 행위를 제재했다. 많은 글로벌 IT업체들도 이해관계인으로 참여할 정도로 역대급 사건이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모뎀칩이라는 부품도 낯설고 내용도 복잡해 체감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었다.

그 반대는 일명 ‘불주사’라고도 불리는 BCG 백신 사건이다. 100억 원이 채 안 되는 작은 시장이었지만 신생아라면 반드시 맞아야 하는 백신이라서 국민의 관심이 특히나 높았던 사건이다. 당시 이 시장은 한국백신이라는 회사가 완전히 독식하고 있었다. 2016년 이 회사는 가격이 더 비싼 도장형 BCG 백신 판매를 늘리려고 값싼 불주사 백신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17년 전국 보건소에서 불주사 백신이 바닥나 ‘백신대란’이 일어났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약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 임직원을 고발했다.

두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작은 시장에서도 독과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흔히 독과점은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거대 산업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시장에도 독과점 사업자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비단 BCG 백신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숨겨진 독과점 시장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둘째, 시장이 크든 작든 독과점 사업자의 생리는 똑같다는 점이다. 독과점이라는 힘이 생기는 순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싼 가격과 더 좋은 품질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힘을 남용하여 독점을 유지하는 데만 골몰한다. 큰 기업만 독점이윤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작은 기업들도 독점 이윤에 똑같이 관심을 둔다.

셋째, 작은 독과점 시장이라고 해서 그 폐해가 작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 일상과 밀접한 경우가 많아 국민이 체감하는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앞서 설명한 BCG 백신 시장에서는 독점 사업자가 공급을 끊는 바람에 전국 보건소에 백신이 동났다. 이 때문에 전국의 엄마 아빠들이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고 비싼 돈을 내야 했다. 2017년의 출생아 수가 35만7800명이었으니 가족까지 합치면 1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본 것이다.

이 작은 독점들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통상 공정위는 2년 단위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기초해 국내 시장구조를 전반적으로 조사한다. 하지만 거시 통계만으로는 실제 문제가 있는 작은 시장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보다 미시적인 시장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최근 시장규모가 많이 커지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나 반려동물 시장을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다. 예컨대, 반려동물 시장은 동물약품, 동물사료 등으로 세분화해 해당 시장이 독과점화돼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심층 분석할 계획이다.

이렇게 찾은 시장에서 작은 독점기업들의 행태도 유심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경쟁사업자가 거래처를 늘려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유통가격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가격과 품질에 의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시장의 규모를 불문하고 반드시 고쳐야 한다.

특히 그 시장이 국민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국민피해로 직결될 수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국민 생활 가까이 숨어있는 독과점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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