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1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이 주최한 온라인 행사에 출연해 “나는 모든 미국인과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 공화당 지지층이 내가 지지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에 함께 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라고 규정한 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의 임기로 끝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일어나도록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에 있어 바이든과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우선 순위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을 향해 “백악관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보냈다.
이에 바이든은 “공정하고 더 정의로운 미국을 위한 가장 강력한 목소리”라며 화답했다.
진보 성향 샌더스의 지지 선언으로 바이든이 유권자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도 성향과 노인층의 지지층이 두터운 바이든은 샌더스의 주된 지지층인 진보층과 젊은 유권자를 끌어안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바이든은 그동안 샌더스 공약이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해왔지만 이날 샌더스를 향해 “나는 당신이 필요하다”며 “이는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라고 협력을 요청했다.
양측은 경제, 교육, 사법, 이민, 기후변화 등 미국의 당면 과제를 위한 6개의 정책 실무그룹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지속적 협력을 다짐했다.
샌더스가 지난 8일 선거운동을 중단한 지 일주일도 안돼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데는 과거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6년 무소속 신분으로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는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경선을 완주했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7월에야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 결과 힐러리 후보가 샌더스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본선 대결에서 패배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한 그동안 바이든이 샌더스에게 공을 들인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샌더스가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기 전부터 샌더스 캠프와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의료보험 접근 확대, 일부 대학생의 부채 탕감과 등록금 무료화 등 샌더스를 의식한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기 위해 샌더스와 바이든이 이념적 차이를 덮고 단합에 나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