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 치러지는 우리나라의 4·15 총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주요 발생국 중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정대로 총선을 강행하는 데다 만일 선거가 집단 감염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경우 올해 선거를 앞둔 다른 나라들에 선거 진행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후보들의 거리 유세 장면과 사전투표 방식 및 현장 등을 밀착 취재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4.15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강원 춘천시 퇴계동 아파트 단지내에 투표소 설치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미국 CNN은 스리랑카와 영국, 프랑스, 에티오피아 등 최소 47개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선거를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총선을 예정대로 치른다는 점에 주목했다. CNN은 1100만 명 이상이 선거 당일 혼잡을 피하기 위해 사전투표했다며, 전국 1만4000개소에서 치러지는 투표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우선, 유권자들이 집에서 미리 체온을 측정한 후 투표소에 나온다는 점, 체온이 37.5도 이상인 사람은 특별 부스에서 투표해야 한다는 점, 투표소는 자주 소독된다는 점 등이다. 또 대기자들에게는 1m 이상 간격을 둬야 한다는 점과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에 유권자들에게 손 소독제와 비닐 장갑이 제공된다는 점도 소개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조치에 2만 명이란 인력이 추가 투입됐다는 점과 정부가 운영하는 격리 시설에 특별 투표소를 마련한 점에도 주목했다. 이에 앞서 후보자들이 거리 유세 중 지지자들과의 돌발 스킨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투표소에 온 50대 유권자의 인터뷰도 게재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생선구이 집을 운영한다는 남성은 “투표소에서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상황이어도 선거는 당연히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4.15총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11일 오후 경기도 고양 일산 백석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 사전투표하러 나온 시민들로 긴 ‘투표행렬’이 생겼다. 연합뉴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의 4·15 총선은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주요 발생국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라며 집단 감염 없이 치러진다면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선거에도 로드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월 말 한국 3대 도시인 대구에서 폭발적 감염이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1만 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정부의 공격적인 확진자 동선 추적과 다양한 검사 방식, 이동제한 등을 통해 일일 감염자 수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타임은 4400만 명의 유권자가 선거 당일 투표소로 향한다며,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절차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스캇 스나이더 한미 정책 전문가는 “한국 선거 절차는 코로나19 감염 리스크를 최소화하도록 매우 잘 고안됐다”며 “이는 미국에서 유권자들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15개 주 이상의 주에서 예비선거를 철회했고, 영국은 지방선거를 1년 연기했다. 에티오피아는 8월 의회 선거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 타임은 미국 대선은 6개월 이상 남았지만,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위협이 될 경우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벌써 뜨겁다고 전했다. 유일한 대안인 우편 투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타임은 “한국과 미국의 지리적, 인구 격차는 확실하다, 한국 크기는 미국 켄터키 주와 비슷하고, 인구도 6분의 1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사전 투표제와 부재자 투표, 마스크와 손 소독제 사용 의무화, 유권자 간 거리 두기 등은 미국 선거에도 적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왼쪽)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13일 각각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에서 광진구 출마 후보 지원 유세를, 종로구 낙원상가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치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코로나19 사태 속 선거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달리, 오히려 사전 투표율은 높았다는 점을 들며, 그만큼 지지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이번 총선의 표심을 가를 것으로 예측했다. 사태 초기만 해도 폭발적인 감염으로 집권당에 대한 여론의 불만이 컸고, 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지지율을 높이려 했으나, 의료진들의 노고로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여당에 그 공이 돌아가면서 판세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앙리 페론 국제정책센터 수석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국내외에서 찬사를 얻으면서 야당의 전략은 역효과를 낳았다”며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여당의 슬로건이 잘 먹혔다”고 평가했다. 다만 포린폴리시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4.4%까지 급등했지만, 이것이 결코 투표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최종 선거 결과가 나오는 16일 오전까지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대단한 반전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문 대통령은 부진한 경제 성장과 측근인 조국 씨의 스캔들 등으로 거의 막대로 골목으로 내몰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승리하면 경제 아젠다 중 맨 위에 법인세 인하가 오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아울러 5년 대통령 임기 중 남은 기간은 레임덕 대통령 꼬리표를 달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명분으로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재벌 개혁 등이 모두 경제에 부작용을 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