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은 속도가 중요…폐업위기 중기·자영업자 지원에 최우선”
고용위기 대응·한계기업 구조조정 지원 위한 재원 마련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회에서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2차의 조속한 통과, 3차 추경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4·15 총선이 끝나 본격적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국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전망…‘경제·고용’ 곧 ‘경고등’ = 코로나19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캄캄한 터널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국제 경제 기관들과 전문가들은 모두 올해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 실업 대란이 발생했다. 한국은 아직 대량 실업까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실물 경제는 멈춰선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노동시장에서 규제가 적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바로 해고가 이뤄져 실업 급증으로 이어졌다”며 “우리나 일본은 기업이 책임을 지고 버티는 구조에서 당장은 실업률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곧 임계점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2~3월 모든 실물경제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제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의 -1.6%, 그리고 외환위기가 벌어졌던 1998년의 -5.1%뿐이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는 향후 장기침체 늪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당장 5~6월부터 수출 산업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이어 3차 추경 가시화…정부 “‘양적완화’로 소비·투자 활성화” = 정부는 이 같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 피해 국민들에게 가능한 최대한 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미 지난달 초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 원의 추경에 이어 총선 바로 다음 날인 16일에 임시국회를 열어 2차 추경안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1차 추경은 저소득층 지원과 방역확충 자금이었고, 긴급 재난지원금을 위한 2차 추경이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오늘 예비타당성 면제를 의결하고,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면서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 처리해 국민께 힘을 드리는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국회는 총선 정국이 끝나면서 코로나19발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 이미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위한 2차 추경의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피해 사각지대를 챙기기 위한 3차 추경 편성 이야기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도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소비를 위해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앞으로 3개월간 시장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도록 환매조건부채권(RP)을 제한 없이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수요에 맞춰 유동성 전액을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양적완화라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한다. 한은이 아무리 금융사의 채권을 매입해도 금융사가 쌓아두면 그 자금이 기업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고 이들을 지원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추경 집행이 빨리 돼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나 가계가 극단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데 정부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