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올해 예정된 신차 출시일정을 단계적으로 앞당긴다.
3분기 출시 예정이었던 연식변경(2021년형) 모델은 내달부터 순차 출시하고, 세대가 바뀌는 주력 모델도 조기 출시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한 내수시장에 신차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16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었던 연식변경(2021년형) 주력 모델들이 일정을 앞당겨 선보일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내수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수출물량 감산으로 인해 휴업에 나선 일부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주요 신차 출시일정 재검토=
완성차 모델변경은 크게 3단계다.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을 모조리 뒤바꾼 △세대 변경(풀모델 체인지) △부분 변경 △연식변경 등으로 나뉜다.
차 전체를 화끈하게 바꾸는 세대 변경은 5~7년 주기를 따른다. 부분 변경은 디자인과 성능을 소폭 개선하고 그 중간 기점에 출시된다.
해마다 등장하는 연식변경은 대부분 하반기에 나온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변화 없이 옵션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소폭 바꾸는 데 그친다.
경쟁이 심한 등급의 경우 세대변경 주기가 빠르다. 거꾸로 경쟁이 덜한 차종은 이런 변경 주기가 길다.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 등이 경쟁하는 준중형차의 경우 5년마다 풀모델 체인지가 나온다.
이와 달리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 중형 SUV는 변경 주기가 약 7년이다.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의 경우 8~10년을 모델 변경주기로 삼는다.
1999년 현대차의 1세대 에쿠스가 나왔고, 2008년 2세대 에쿠스가 등장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제네시스 플래그십 EQ900(G90의 전작)은 2016년에 나왔다.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변경 주기도 짧아졌다. 중간 기점에 나오는 부분변경도 차 안팎을 화끈하게 바꾸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21세기 들어 세 번째 맞는 신차 슈퍼 사이클=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등급별로 세대변경 또는 페이스 리프트 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슈퍼 신차 사이클’을 맞고 있다.
지난해 쏘나타 8세대에 이어 그랜저IG 페이스 리프트가 등장했고, 기아차는 지난해 K7에 이어 올 초 3세대 K5와 4세대 쏘렌토를 연이어 내놨다.
올 하반기에도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카니발 등 신차가 출시를 대기 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는 물론 글로벌 주요 시장의 산업 수요가 위축되면서 신차 출시전략 수정에 나섰다. 예정된 신차 출시를 앞당겨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현대차 팰리세이드 특화 모델인 '캘리그래피'가 출시를 앞당겨 내달 나온다.
기아차도 준중형차 K3 2021년형을 내달 내놓고 현대차 아반떼가 불러일으킨 준중형차 '붐'에 편승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대형 세단 K9도 '2021년형'이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 중이다.
특히 신형(4세대) 카니발의 조기출시를 검토 중이다.
최근 '타다'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중고차 시장에 1500여 대에 달하는, 옵션 트림이 좋고 상대적으로 연식이 유리한 신차급 중고 카니발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물량이 많아지는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는 시세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중고차 시장은 일반 판매와 함께 중고차 수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물량이 수출길에 나선다해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중고차 시세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아차는 올 3분기 추석을 앞두고 론칭할 예정이었던 미니밴 카니발의 조기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카니발 출시를 앞두고 일부 대기수요가 뚜렷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서 연식이 좋은 매물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대거 풀릴 경우, 대기 수요 일부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와 글로벌 산업 수요 감소에 신차로 맞대응=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가 산업 수요 부진으로 인해 부침을 겪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요 신차를 앞세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 중이다.
지난달 미국시장 전체가 전년 대비 40% 안팎의 판매하락을 겪은 사이, 기아차는 신차 텔루라이드와 소형 SUV 셀토스 등을 앞세워 전년 대비 하락세를 19% 수준에 묶어놓는 데 성공했다.
시장 위축기에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8년부터 페이스리프트 역시 신차급 변화를 주고 있는 만큼 내수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3~4년씩 걸리던 신차 개발기간도 최근 절반 수준으로 단축된 만큼,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등 시장대응 능력이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