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가이드라인(지침)을 공개했다.
‘미국의 재개(Opening Up America Again)’라고 명명된 18페이지 분량의 해당 지침에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안내하기 위해서 ‘3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발병 완화 추이별로 개인과 기업, 학교와 병원 등 공공시설, 체육관, 술집 등이 취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새 지침에 따르면 먼저 1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해당 주나 지역에서는 14일 동안 독감 및 코로나 같은 증상에 대한 보고가 하향 추세를 보여야 한다. 또 같은 기간 환자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리거나 검사 수 대비 양성 반응자 비율이 떨어져야 한다. 병원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의료진을 위한 강력한 검사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1단계에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이 계속해서 대피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사람들은 휴게 장소나 쇼핑센터 등 공공장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 적절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충족되지 못하는 곳에서는 10인 이상의 모임을 피하고, 비필수적인 여행을 최소화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기업에는 원격근무를 권장하되 가능하다면 단계적으로 일터에 복귀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밖에 학교는 휴교 상태를 유지하고 요양원과 병원의 방문도 금지된다. 식당과 극장, 예배 장소 같은 대규모 장소는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하에서만 운영될 수 있고, 술집은 영업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다는 증거가 없는 영역에서 시작하는 2단계에서는 제한이 한층 완화된다. 피해야 할 모임의 규모가 50인 이하로 확대되며, 비필수 여행은 허용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개인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기업에도 가능한 한 원격 근무를 권장한다. 일터에 복귀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거나 접촉할 수 있는 장소는 여전히 폐쇄해야 한다. 학교는 개학할 수 있으나, 요양원과 병원 방문은 금지된다. 식당이나 극장 등은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하에서 운영될 수 있고, 술집은 좌식이 아닌 입식으로 규모를 축소해 운영 가능하다.
마지막인 3단계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한다는 증거가 없고 1단계 요건을 3차례 충족했을 때 적용된다. 이 단계에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도 공공장소 활동이 가능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여의치 않은 곳의 노출은 여전히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의 직원 채용은 제한 없이 가능해지며, 요양원과 병원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식당, 극장 같은 대규모 장소도 제한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하에 운영될 수 있다.
백악관의 새 지침에는 특정한 날짜가 제시돼있지 않다. 주별로 코로나19 확산 및 억제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행정부 당국자는 이날 “대통령의 새 가이드라인은 권고안이며, 유연성을 가질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대해 어떻게 할지는 그들(주지사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주지사는 안내서로서 권고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네소타, 일리노이, 인디애나, 켄터키 등 중서부 지역 7개 주지사들은 경제 활동 재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은 감염자 데이터, 의료, 기업, 교육 등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재개 시기를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7개 주가 같은 시기에 경제 재개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재가동 시기를 고려할 때 요소로는 신규 감염과 입원 비율의 지속적인 억제, 검사 및 접촉자 추적 역량 강화, 코로나19 재발에 대처할 충분한 의료 역량 확보, 일터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실천 등을 꼽았다.
현재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미시간주에서는 전날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차량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천 명의 시민이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 주의회 의사당을 둘러싼 채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의 자택 대피 명령이 과도하다고 비판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엄격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거론되는 미시간주에서는 주민이 이웃을 방문하기 위해 도로를 횡단하거나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운전하는 행위까지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