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돈'그 자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 등 긴급 처방을 하고 있지만 세계 금융계는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그래도 국내 주식시장은 타국 증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연일 폭등하던 외환시장은 정부의 개입과 대기업들의 달러 매도에 폭락했다. 원.달러가 폭락하자 이제는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래도 고민 저래도 고민...금융시장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투신권의 매도세에 펀드런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펀드런 징후는 없다며 투신들의 손절매와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에 일단 매도 후 기회를 보는 차원에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펀드런의 징후는 없다는데 이견은 없다. 보통 펀드 환매는 주가 바닥 후 일차 상승기에 있지 최근 같이 급락하는 장에서는 손절 타이밍을 이미 놓쳤기 때문에 펀드 환매를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나 대안을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시장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 코스피 시장은 전날보다 53.42(4.13%) 하락한 1241.47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110포인트 넘게 하락했지만, 오후들어 브이(V)자 반등을 시도하며 63포인트를 만회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6년 7월19일(1236.26)이후 최저치다.
연기금이 오후 들어 적극적으로 매수세에 나서 1381억원을 순매수했다. 오전에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던 투신도 매도규모를 크게 줄이며 낙폭 회복에 일조했다.
외국인이 402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IT와 조선, 철강 등 전업종에 걸쳐 팔자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기관은 연기금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순매수로 전환하며 920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은 2890억원을 순수하게 샀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19.56포인트(5.29%) 내린 350.28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한때 336.97포인트까지 급락,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종가인 350.28포인트는 지난 2004년 8월18일 기록한 347.54포인트 이후 최저치다. 시장은 불과 일주일여만에 코스닥지수를 50개월 전으로 되돌려놨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억원, 76억원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매물 공세가 눈에 띄었다. 개인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만 13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환시장은 금감원이 환투기 세력 적발을 위해 모든 은행과 외국계은행의 고객별 외환거래 내역을 일별로 보고받기로 한다는 소식과 일부 대기업들의 달러 매도 소식이 알려지면서 폭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 때 1460원까지 치솟았으나 1225원까지 폭락한 끝에 전일대비 70.50원이 급락한 1309원에 마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우리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 중요하다”며“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동원하면 시장이 불안이 커지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투매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패닉(공황상태)은 연기금을 동원해서라도 진정시키고 금리는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