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의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조기 패소 판결을 받은 SK이노베이션의 재검토(review)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ITC의 재검토 절차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예비결정의 결과가 크게 뒤집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TC는 17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에 대한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에 대한 재검토 요청에 대해 “전면(in its entirety)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2월 14일 SK이노베이션이 증거 인멸과 고의적인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법정 모독 행위를 자행했다며 LG화학의 조기 패소 요청을 승인하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일 조기 패소 예비판결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청원서(Petition)를 제출했다.
ITC의 불공정 수입 조사국(OUII)은 “캐머런 엘리엇 행정판사(ALJ)의 ‘조기 패소(Default Judgment)’ 결정에는 오류나 재량권 남용이 없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를 거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으나, ITC는 결국 SK이노베이션 이의 신청을 접수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의 재검토 결정에 따라 향후 진행될 절차에 충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고, LG화학도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이번 소송은 큰 틀에서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ITC의 재검토는 통상적인 절차로 2010년부터 2018까지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당사자가 요청한 예비결정 재검토는 모두 진행됐지만, 예비결정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ITC는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구제조치, 공탁금 등을 결정해 10월 5일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판결 전 합의를 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배터리 관련 소송은 이번 소송을 포함해 국내외 6개에 달한다. ITC가 예비 판결처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최종 판결을 내린다면 다른 5개의 소송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부품과 장비 등 일부에 수입금지 조처가 내려지게 돼 배터리 사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견지해 온 것처럼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LG화학 역시 소송의 장기전보다는 전략적 합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이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 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