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대출 규제 및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증빙 강화 등의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날 기준 4159건으로 전월 거래량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 점을 감안해 지난달 중순 이후 거래가 아직 신고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남은 10여 일간 거래량이 크게 늘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10, 11월 1만 건을 넘었던 매매 거래량은 강력한 대출 규제가 포함된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12월과 올해 1월 각각 9597건, 6467건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2월 거래량은 1월 대비 28% 가량 늘었다. 3월부터 더 강화된 주택 매입 자금 조달 증빙 자료 제출을 피하려는 매수자와 양도소득세를 회피하려는 매도자의 움직임이 반짝 증가세를 만들어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늘어나던 거래가 3월 들어 다시 얼어붙은 데는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월 초엔 대출 규제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나온 11일 이후엔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경색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몇 개월간 쉴새없이 오르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진데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주택 매입 자금 조달 증빙 강화 등이 매수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특히 금융시장과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게 거래 관망세를 확산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통계상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하락세다. 강남권이 본격 하락 국면에 들어서면서 지난주 서초구(-0.14%) 아파트값은 3년 5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나마 매수 불씨가 살아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마저 상승 동력을 잃고 있다. 지난주 강남과 강북의 매수우위지수(KB부동산)는 각각 73.4, 59.7까지 뒷걸음질쳤다. 매수우위지수가 100을 넘기지 못한다는 건 사려는 집을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이같은 거래시장 위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이번 총선 결과로 규제 기조의 부동산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동안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던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회피 매물이 4~5월 본격 출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