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성범죄, 단순가담ㆍ방조범 여부 등 정확히 확인해야

최근 미성년자 등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 중 ‘박사방’을 운영하며 불법영상을 제작•유포한 조주빈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1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및 배포 외에도 강제추행과 아동음란행위 강요,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미수와 유사 성행위, 성폭력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강제추행,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강요 및 강요미수, 협박, 사기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부터 12월까지 조주빈은 여자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이를 ‘박사방’을 통해 판매•배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피해자 A양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이 대화방 가입자 중 한 명이 B양을 직접 만나게 한 뒤 강간미수와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했다. 나아가 조주빈에게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고 자신의 고교 담임교사 딸을 살해 청부한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C씨와 조주빈으로부터 텔레그램 대화방을 물려받아 영상을 유포한 대화명 ‘태평양’ D군도 각각 공범으로 기소됐다.

이처럼 일명 ‘n번방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여성인권센터로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 건수가 4,200여 건에 달하는 등 우리 사회에 메신저와 SNS,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디스코드, 위커를 비롯한 50개여 전 세계 보안 메신저들은 결국 그 기술이 디지털성범죄와 마약, 무기 밀매 등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경준 법무법인 승민 변호사는 “경찰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대행업체인 베스트코인을 압수수색해 거래 자료를 확보했고, n번방의 유료회원 중에는 관전은 물론 성 착취물 제작이나 게시를 요구한 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최근 디지털성범죄 관련 처벌 유무 등을 확인하기 위한 변호사 상담 전화가 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이 없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 등 양형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고 변호사는 “n번방 유료회원의 경우 유료 대화방에서 영상을 보는 대가로 암호화폐를 지불했고, 암호화폐 거래소나 거래 대행소에 이들의 신상정보가 남아있으므로 추적이 가능해 피의자로 특정될 수 있다”면서 “만일 피해자에게 특정 성 행위를 요구해 그 장면을 영상 제작했다면 아청물 제작 공동정범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가담이라고 하더라도 가담 정도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배포 방조죄, 또는 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시청했다면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 5항에 따라 음란물 소지죄가 적용될 수 있다.

아울러 고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의 성착취 영상을 다운 받아 볼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소지했다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 변호사는 “다만 이미 제작된 음란물의 단순시청자의 경우 방조범의 요건에 해당 여부를 변호사의 조력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경준 변호사는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성폭력사건 등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