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달 하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으로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한 약 3500억 달러(약 426조 2300억 원)는 지난 16일 대출한도가 상한선을 찍었다. PPP는 기업이 지급하는 급여 등 인건비의 2.5개월 치를 융자해준다. 고용을 유지하면 상환이 감면되는 실질적인 보조금이다. 그러나 이용 기업이 쇄도하면서 단기간에 예산이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코로나19 사태는 중소기업의 경영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지난주(4월 5~11일)에 524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십만 개가 넘는 회사가 PPP 이용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규모 확대를 검토 중이다.
고용 불안의 물결은 유럽에도 미쳤다. 독일은 조업 시간을 단축한 기업에 국가가 종업원의 임금 감소분을 보전하는 ‘노동 시간 단축 수당 제도’를 마련했는데, 신청 건수가 4월 중순까지 72만5000건에 달했다. 이에 수당 대상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140만 명을 넘어설 것은 확실하다고 닛케이는 부연했다. 프랑스도 노동 시간이 단축되거나 휴직 상태인 사람의 수가 지난 15일까지 870만 명에 달했다. 지난 3월 휴직수당 등으로 총 450억 유로(약 59조 5278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는데, 이달 15일 1100억 유로로 끌어올렸다.
‘해고 용인파’였던 미국을 포함해 각국이 고용 유지에 힘을 쏟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이 해낸 실업 억제에 의한 경제 회복을 본보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실업률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먼저 하락세로 돌아선 끝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도 밑돌았다. 2009년에 마이너스가 된 실질 경제성장률도 2010년에는 4%대의 높은 수준으로 회복했다.
경제 정체를 막으려고 미국과 유럽이 정책을 동원하는 가운데, 일본도 지난 2월 중순부터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 휴업수당을 지원하는 고용 보조금 지급 요건을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4월부터는 휴업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한다.
한편 국제노동기구(ILO)는 실업과 노동시간 단축 등 코로나19 사태가 1억9500만 정규직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