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의 지원사격 없이 신용등급 A급인 현대오트론과 풍산 등의 회사채가 잇달아 무난하게 시장 수요확보에 성공하면서, A-등급으로는 이달들어 처음 수요예측에 나서는 아주산업의 회사채 발행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된다.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에 차별화가 심화된 가운데, 최근 일각에선 회사채 시장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어 A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심을 검증할 시험대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아주산업은 22일 200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회사 측은 수요예측의 결과에 따라 400억 원 까지 발행금액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아주산업은 지난해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됐다. 아주캐피탈 지분 59%를 2867억 원에 매각하면서 순차입금이 크게 감소했고, 만기도래 사채를 중심으로 차입금 순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총차입금 역시 2017년 말 2316억 원에서 지난해말 1319억 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전방산업의 수요부진은 수요확보에서 부담 요인이지만, 우수한 재무구조와 주력사업인 레미콘 사업에서의 시장지위와 사업경쟁력이 양호한 점 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앞서 지난주(13~17일)에는 채안펀드 투자대상인 AA급보다 아래 등급인 A급도 무난하게 시장 수요 확보에 성공하면서 일각에서는 회사채 투자 심리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3일 현대오트론은 3배에 가까운 투자 수요가 몰렸고, 17일 풍산에 수요예측을 진행한 풍산도 5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8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AA- 등급인 한화솔루션은 2100억 원 규모의 수요예측에서 600억 원의 유효 매수 주문만 들어와 150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됐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을 제외하고는 회사채 수요예측이 대체로 무난했다는 판단”이라며 “전반적으로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전보다는 투자심리가 나아지는 느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직 비우량 등급 회사채까지도 투심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섣부르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결정금리가 민평 대비 매우 높았고, 채안펀드와 한은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이 모두 우량 채권으로 한정돼 있어 A급 이하에 대한 정책적 수혜가 없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에서 양극화는 당분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저하 기업 중심으로 등급하락 기조가 지속 되는 가운데 특별대출 담보와 채안펀드 편입 회사채 등급이 AA 이상으로 제한됨에 따라 AA급 이상과 A급 이하의 회사채 차별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광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신용 등급 하향 압력과 발행 확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투자 심리의 전환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위 등급 회사채의 경우에만 완만한 추세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