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이날 아시아에서 전 거래일보다 20% 이상 폭락한 배럴당 14.47달러에 거래됐다고 보도했다. WTI 가격이 15달러 선이 무너진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FT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연대체인 OPEC플러스, 미국 등 주요 20개국(G20)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를 감축하기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의 충격이 너무 큰 탓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3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원유 재고는 넘쳐나 몇 주 후면 WTI 원유 전달 장소인 미국 오클라호마 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이 가득 차 원유를 더는 저장할 곳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주요 산유국들의 기록적인 감산도 수요 감소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원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ANZ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저장 시설 능력 부족에 대한 불안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WTI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쿠싱 재고는 3월 초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함에 따라 도시 봉쇄가 계속되는 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제 악화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제프리스의 제이슨 가멜 애널리스트는 “석유 산업은 아마도 1990년대 말 이후 최악의 거시적 전망에 직면했다”며 2분기 WTI 가격 전망을 배럴당 19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OPEC플러스의 감산이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지금 유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미국이 이동제한 해제에 가까워 질 때까지 유가는 하락세를 계속하거나 현재 수준 정도의 범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