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제유가, 배럴당 15달러선도 붕괴...원유시장, 데스밸리 들어섰다

입력 2020-04-20 14:01 수정 2020-04-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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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유가가 결국 배럴당 15달러 선도 뚫었다. 국제 원유시장의 3대 유종 중 하나인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20일 한때 배럴당 15달러 선이 깨지면서 2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원유시장이 ‘죽음의 골짜기(Valley of Death)’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장외 거래에서 WTI 5월물 가격은 거래 시작 직후 전 거래일 대비 20% 이상 폭락하면서 배럴당 14.47달러로 추락했다. WTI 가격이 15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1999년 3월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국제 원유시장은 1990년대 저유가 국면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죽음의 골짜기’다. 지난 15일 배럴당 2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18년 만에 10달러대 시대를 연 지 3거래일 만이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20%가량 하락했고, 1분기 전체로는 66% 이상 폭락하며 분기 기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또 다른 국제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유 6월물 가격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0.5% 내리면서 배럴당 28달러를 밑돌았다. 브렌트유 가격도 1분기에만 65% 이상 폭락했다.

마이클 린치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 대표는 “국제 원유시장이 1분기 ‘피바다(bloodbath)’였다면, 2분기는 ‘죽음의 골짜기(Valley of Death)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F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위축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키면서 유가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유국들이 우여곡절 끝에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감산에 합의했지만, 수요 감소분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플러스(+)는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사상 최대의 감산 조치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 합의 수준으로는 각국 봉쇄 조치가 초래한 글로벌 수요 급감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원유 수요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하루 원유 수요가 29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OPEC+가 감산하는 규모의 3배에 달한다.

린치 대표도 “코로나19 여파로 최소 2주 동안 하루 2500만 배럴 수요가 줄었다”면서 “3억 배럴이 쌓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수요는 급감한 데 반해 공급이 이어지면서 늘어나는 재고 부담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원유 재고가 1920만 배럴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1202만 배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넘쳐나는 원유에 저장 공간도 한계에 달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매트 스미스 클리퍼데이터 애널리스트는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불어온 ‘퍼펙트 스톰’이 유가 폭락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죽음의 골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산유국이 이미 역대 최대 규모로 감산에 합의한 만큼 공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되고 세계 경제가 재개에 돌입하면서 글로벌 수요가 회복돼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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