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범경제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간 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가 경제중대본”이라고 선언하며 직접 회의를 주재해 왔던 점에 비춰보면 컨트롤타워 역할을 경제부총리에게 넘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의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강화해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되고, 범경제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경제 중대본 체제의 본격 가동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가 끝날 때까지 위기 관리, 일자리 보호, 기업 구호 등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하는 위기 극복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 중대본’은 곧 비상경제회의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3월 17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구성하겠다”고 결정하면서 “비상경제회의는 비상경제시국을 헤쳐나가는 경제 중대본”이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전쟁하는 방역 중대본과 함께 경제와 방역에서 비상국면을 돌파하는 두 축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방역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모든 부처는 우리 경제를 지키고 살리는 주관부처라는 인식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령탑을 맡았던 경제중대본 좌장 자리를 경제 부총리에게 넘긴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된 모든 정책의 결정권을 홍남기 부총리의 손에 쥐여 준다는 의미가 된다. 문 대통령은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비상경제회의는 경제 관련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빠르게 결정하는 기구”라고 말한 바 있다. ‘100조 원 규모 긴급자금 투입’, ‘전 국민 70%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이 회의를 통해 결정돼왔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등을 놓고 여당과 의견차를 보이는 정부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날 정부와 청와대, 여당은 당정청 회의에서 100% 지급 여부를 놓고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수보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 당부드린다”면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직 국민이다.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정부와 함께 여당도 무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을 국난 극복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얼마 안 남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도, 21대 국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국난 극복에 힘을 모으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야당도 지혜와 역량으로 경쟁하면서 국난 극복에 함께 협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정부는 야당의 의견에도 언제든지 귀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